[윤효원] '사회적 대화'에 관한 민주노총의 세 가지 오류

by 마중물 posted Oct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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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에 관한 민주노총의 세 가지 오류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각주구검 20년' 민주노총, 현실을 놓치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립의 주된 원인이 민주노총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반쪽짜리'가 된 청와대의 노동계 초청 행사는 자폐 수준에 다다른 민주노총의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노동조합들의 내셔널 센터로서 노총의 역할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의 이익을 개선하는 것이다.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노동운동의 원칙상 사회적 대화는 중요한 방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정 교섭'을 내걸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적 대화를 "노동자와 사용자와 정부 사이의 정보 공유를 포함하여 공통된 이해가 걸린 사안에 관련된 교섭과 협의"라고 규정한다. 다시말해 '사회적'이란 말은 노사정 3자를 뜻하고, '대화'는 정보-협의-교섭이라는 세 기둥을 가진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정 교섭'이 사회적 대화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전혀 다른 별종의 무언가로 생각하는 게 민주노총의 첫 번째 오류다.  

사회적 대화는 노사 혹은 노정이라는 양자 사이에 이뤄지거나 노사정 삼자 사이에 이뤄진다. 가장 낮은 수준의,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대화는 정보 교환이다. 정보 교환이 알차게 이뤄지면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협의가 튼실하게 된다. 알찬 정보와 튼실한 협의는 제대로 된 교섭을 가능하게 한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는 거부하면서 '노정 교섭'은 요구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과 정부 간의 양자 교섭이 사회적 대화의 일부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론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노정 교섭'과 사회적 대화를 분리시켜 사고하고 현실에서 둘의 관계를 단절시켜 행동하는 한, 민주노총이 바라는 '노정 교섭'은 관념론자의 부질 없는 희망 사항을 벗어나지 못한다.  

민주노총의 두 번째 오류는 정보와 협의의 축적 없이도 효과적인 교섭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실천적 측면에서 '교섭 만능론' 혹은 '교섭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교섭이 내실 있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보가 풍부할 때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그 간격을 좁혀가는 협의의 수준도 높아진다.

양질의 정보와 수준 높은 협의는 내실 있는 교섭의 전제조건인데, 민주노총을 보면 정보의 확대와 협의의 강화를 통해 교섭의 토대를 닦으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고, 협의를 노련하게 이끌어본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교섭을 한다고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양적인축적 없는 질적인 전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세 번째 오류는 노사정위원회를 배제해야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착각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신자유주의의 도구'로 반노동 정책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은 현실의 한 부분을 일반화한 것으로 관념론적 인식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노사정위원회보다 더한 '신자유주의의 도구'들인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해야 일관성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기획자이면서 집행자인 경제 부처들과는 직접 교섭하겠다면서 노동조합운동의 제도적 참여가 법률적으로 보장된 노사정위원회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비현실적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공간이자 디딤돌인 것은 사실이다. 디딤돌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순 없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민주노총의 행태를 보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칼이 떨어진 자리는 신경 쓰지 않고 배에 낸 자국만 쳐다보며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꼴이다. 그런 세월이 벌써 20여 년. 그사이 배는 칼이 떨어진 자리를 여러 차례 오갔다. 관념에 집착하면서 현실을 놓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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