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MB가 만든 취업률의 그림자, 죽음을 가속화하다

by 바위처럼 posted Apr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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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취업이 아닌 대학을 택했나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한 성지민(20) 씨. 그는 친구들이 하는 '현장실습에 이은 취업'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졸업 뒤, 곧바로 취업하는 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주변 특성화고 선배들에게 들은 조언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 졸업생 중 80%는 이름도 못 들어본 지방 기계건설 회사나 영세업체에 취업해 일하고 있었다. 상당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운이 나쁘면 일하다 다치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하기에 성 씨가 현장실습을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통해 간접 경험은 많이 했다.  

"중소기업에 간 친구들이 학교 내에서 절반쯤 된다. 가정형편은 어려운데 공부를 못해서 좋은 곳은 못 가는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이 돈을 벌겠다고 갔다가 한 달 만에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자기는 '이거 아니면 길이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갔는데도 그렇게 돌아오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시설이 안 좋은 것은 기본이고, 야간에 일을 시키면서 수당도 안 주고 굴린다고 했다, 더구나 한 달에 한 번 무료 봉사라면서 일을 시키고는 돈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보내진 학생들에게 학교는 노동법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학교는 1년에 한 번 외부강사를 불러 노동법 특강을 한다. 그나마도 재미가 없어 성 씨는 강의 내내 졸았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선생이면 그런 아이들을 깨우기라도 하겠지만 외부강사인지라 그러지도 않는다. 학생들이 자든 말든 그대로 강의를 진행한다. 

게다가 그렇게 진행되는 노동법 강의도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3학년 때는 하지 않았다. 2학년 때 진행된 게 마지막이었다. 취업이 1년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따분한 노동법 수업을 하니 학생들이 지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독기 품고 간 친구들도 복교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겠다며, 독기 품고 간 친구들이 모두 '태움'을 당해서 학교로 돌아왔다. 물론, 회사에서 돌려보내지는 친구들도 많았다. 일을 못한다며, 상사와의 관계가 안 좋다며 돌아왔다.  

"학교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이 취업을 위한 시간으로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와 학교는 전혀 다른 공간이라는 게 문제인 듯했다. 학교에서는 선생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회사에서는 다 잘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예' 하고 다른 일을 해도 되지만, 회사는 '예' 하면 곧바로 그것을 해야 한다. 친구들이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성 씨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그런 곳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취업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학에 진학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창시절 13년을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고 한다면,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한 달에 130만 원 받고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으니깐.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여러 모로 노력했음에도 대기업 등에 가지 못한다면 아쉽지 않겠나. 나는 아쉽다. 그래서 대학 가는 것을 선택했다."

성 씨가 진학한 대학은 자동차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다. 일명 '커스텀카(custom car)' 작업을 배운다. 커스텀카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개조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순정 상태의 스톡카(stock car)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성 씨는 여기에서도 도색을 전문으로 배운다. 전국에서 이를 가르치는 학교는 이 대학이 유일하다.  

성 씨가 진학한 대학 학과는 졸업률이 매우 낮다. 작년에는 5명만 졸업하고 나머지 35명은 중퇴하거나 휴학했다. 대부분 교과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다. 반면, 그렇게 졸업한 학생들은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성 씨는 그곳에서 버틸 자신이 있다. 졸업한 뒤에는 서울로 돌아와 취업할 계획이다.  

대학 한 학기를 마친 뒤, 군대를 다녀올 생각이다. 졸업 후에는 돈을 모은 후 결혼을 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이미 학교 입학 때부터 나뉘는 진로 

특성화고를 다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지만 성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선입견이다. 성 씨는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내신 백분율이 10%였다. 서울 지역 특성화고의 경우, 중학교 내신 성적 합격선은 평균 20~50% 이내다.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공고의 경우, 2015년  신입생 입학성적 백분율이 평균 26%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왜 특성화고에 입학했을까. 

"중학교 때, 영어 성적이 형편없었다. 2년 동안 한 달에 50만 원을 주고 학원에 다녔지만 소용없었다. 학교 시험은 쉬우니 100점을 받았지만, 수능이 문제였다. 더는 늘지 않았다. 이 실력으로 인문계에 진학하면 다른 친구들과 경쟁을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차라리 공고에 가서 1등을 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인문계고에 가면 대학 진학을, 특성화고는 기술직 취업이 일반적인 진로다. 하지만 성 씨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면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으면 서울의 중위급 4년제 대학교는 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러한 계산은 중학교 때 다니던 수학 학원 강사의 조언 덕분이었다.  
 
물론, 부모는 성 씨를 인문계로 보내려 했다. 특성화고를 보내려 한 달 50만 원이나 들여 영어 학원을 보내지는 않았다. 선입견도 문제였다. 특성화고는 싸움이나 하고 나쁜 짓 하는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부모가 반대했으나 자식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내가 인문계고 가서 이도저도 아닌 학생이 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 

그렇게 진학한 특성화고에서 공부에 관심을 둔 시기는 1학년 때뿐이었다. 2학년 무렵, 본격적인 진로를 정했다. 자동차에 흥미가 생겼다. 그 길로 가보겠다고 결심했다. 교내대회에서 1등도 하고 금메달도 땄다. 관련해서 진학할 대학도 정했다. 지금의 대학이다. 이후 성 씨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성적만 만들어 놓자고 생각했다. 그가 공부에서 손을 뗀 이유다. 그런데도 성적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특성화고에서 공부를 못하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성 씨의 학교에서 취업을 못해 대학에 간 학생은 두 명에 불과했다. 입학 때부터 이미 대학 갈 사람과 취업할 사람으로 나뉘는 식이다. 이미 스스로 계획을 하고 특성화고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 2011년 당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IP-MEISTER(마이스터)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MB가 만든 취업률의 그림자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3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73.5%에 비해서 40%나 떨어진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취업률은 상승했다. 2009년 16.7%에 불과하던 취업률은 2016년 47.2%로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의 변화는 MB 정부에서 고졸 취업 정책을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마이스터고의 개교, △ 선 취업, 후 진학 정책, △ 고졸적합 일자리 창출, △ 공공기관 및 대기업, 금융권에서의 고졸 채용정책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고졸신화'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정책이 지나친 단기적 실적위주의 밀어붙이기 정책이기에 강한 불만을 가지게 했다. 취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이 돼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아직 학벌 중시현상이 강해 학생과 부모들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팽배했기 때문이다. 

고졸자의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단기간에 변화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거기에 고졸자의 성공비전 제시와 임금 및 승진과 후생복지 등에서 대졸자와의 차별폐지, 병역문제 해결 등 고졸취업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일선 학교에 목표치만 던져 놓고, 학교가 알아서 취업률을 높이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보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자연히 학생을 기업에 주먹구구식으로 집어넣는 식이 됐고 그 결과, 점차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2012년 고용보험에 가입된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은 79.6%인 반면, 2016년에는 5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취업률은 높였는지 모르나, 여러 부작용을 발생하게 했다. 대표적인 게 현장실습 도중 사망·사고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표는 "MB 정부 이후, 우후죽순 학생들이 취업해 일선 현장에 나갔고 그들 중 상당수는 사회 내 차별이나 일하는 것의 어려움 등으로 그만뒀다"며 "단순히 취업률만을 높이기 위한 학생의 취업이 아닌, 그들이 취업 이후에도 잔존할 수 있는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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