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 깬 트럼프, 북한에 이중적 메시지

by 바람개비 posted May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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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킨다…거래 이룰 것” 타협 뜻
볼턴은 “불충분 거래 안해” 압박 시사
미 안팎선 “신뢰 흔들…악영향” 비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8일(현지시각) 이란 핵합의 파기가 앞으로 다가온 북핵 협의에 “의미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8일(현지시각) 이란 핵합의 파기가 앞으로 다가온 북핵 협의에 “의미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 결정을 정상회담을 앞둔 상대방인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협정을 깨는 미국을 믿을 수 있겠냐”며 이란 핵협정 탈퇴가 대북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조처는 (북한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약속하면, 나는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지금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나의 회담을 준비하려고 북한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 파기와 북-미 정상회담을 직접 연관 지은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더 명확히 했다. 그는 이어진 배경 설명에서 “오늘 발표는 이란뿐 아니라 다가오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도 의미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불충분한 거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대통령이 진정한 거래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처럼 되지 않으려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확실히 동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유화적 태도도 내비쳤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밝히면서 “계획이 수립중이고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바라건대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중국, 한국, 일본의 도움으로 위대한 번영과 안보의 미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핵협정 탈퇴는 대북 협상 지렛대가 아니라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이어 이란 핵협정까지 국제적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는 미국을 북한이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어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대통령이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결정을 한 것은 아주 분별 없고 충격적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 문제에서) 훨씬 진전했고 예측하기 어려워진 적(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물려받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북한과의 합의를 위한 판돈을 키웠다”고 짚었다.


러시아도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기구 주재 미하일 울리야노프 대사는 “미국이 참여하는 협정들의 신뢰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 방안 모색에 실질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볼턴 보좌관은 ‘이란 핵협정 탈퇴는, 미국은 약속을 하고도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볼턴 보좌관은 “그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안 맞는 거래를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어느 나라도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을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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