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부패 사건의 40%가 무기 거래에서 발생한다

by 들불 posted Jul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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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부패 사건의 40%가 무기 거래에서 발생한다
 
 
 
 
 
크고 작은 방산비리에 대한 의혹들이 끊임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다. 대다수의 젊은 청년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환경에서 방산비리는 군인들의 생명과 나아가 국가 안보와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기에 방위산업의 부패 사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방위산업의 부패 이슈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 조 로버(Joe Roeber)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교역에서 발생하는 부패 사건의 약 40%가 무기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방위산업은 부패에 가장 취약한 산업 중 하나이다. 산업의 특성상 관련 정보가 극도로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며 천문학적인 액수를 거래하는 대형 계약이 많고, 기밀 유지 조항들이 많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부패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국방 선진국들은 방위산업의 신뢰 회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부패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영국왕립표준협회 한국지사는 시민사회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영국 방위산업의 반부패 정책과 기업의 준법∙윤리경영 시스템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4월 영국 정부기관인 국방획득지원본부(DE&S) 및 감사원(NAO)과 항공∙우주∙방위산업협회인 ADS 그룹, 방위산업 분야의 반부패 지수를 발표하는 영국투명성기구(TI-UK) 및 공익신고채널 지원 단체인 PCAW(Public Concern at Work)와 대표적인 방산 기업인 롤스로이스, 레오나르도, 밥콕 인터내셔널, 옥슬리를 방문하였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으로 알려진 뇌물법(Bribery Act) 제정 후 공공∙ 민간부문에 반부패 시스템을 확산하고 있으며, 2016년 5월 반부패 정상회의 개최 등 반부패 분야에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또한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 반부패 전략에서 우선 과제 중 하나로 국방 분야의 리스크 감소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영국은 최근 몇 년간 부패인식지수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TI-UK가 발표하는 국방 반부패 지수(Government Defence Anti-Corruption Index) 에서 2015년 A등급에 해당하는 단 2개 국가(영국, 뉴질랜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영국이 방위산업의 부패 위험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중반 불거진 BAE 시스템의 뇌물 스캔들이었다. BAE 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 판매를 위해 10여 년이 넘게 약 10억 파운드가 넘는 거액의 뇌물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수사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나, 언론과 시민사회, 여론의 압박으로 수사를 재개하였고 BAE 시스템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방위산업의 부패 척결을 위해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반부패 정책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전략을 수립하고 성과 측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시 이해상충을 방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검토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BAE 뇌물 스캔들 이후 무엇보다 방산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돋보인다. 그들은 공급망, 중개인과 같은 제3자까지 확대하여 부패 리스크를 점검하고 반부패 정책 준수를 요구하는 등 준법∙윤리경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특히 올바른 방법을 통한 사업만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강조하며 'Win Right'와 같은 반부패 기업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기업들은 모두 반부패 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법적∙경제적 리스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부패로 인한 왜곡된 경쟁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소시키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언론과 시민사회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 및 기업의 반부패 문화 개선을 위한 조언을 제공하고, 방위산업 분야의 부패를 감시하고 예방하는 '워치독(watchdog)'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영국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투명성 제고'가 반부패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이다. 방위산업은 기밀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으나, 독립적인 기관의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영국의 경험과 사례에 비춰봤을 때, 방위산업의 청렴 생태계 조성은 국방에 대한 신뢰 회복과 우리 방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산업협회 및 시민사회,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부패 공동 노력에 동참하여 한국 방위산업이 청렴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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