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해녀들 동원해 투표함 탈취 경찰은 불법행위 보고도 눈 감아”

by 해바라기 posted May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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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진상조사위 ‘제주 해군기지’ 조사 발표
국정원·기무사까지 동원
반대 주민 강경 진압 계획


서귀포시 강정마을 포구. 연합뉴스

서귀포시 강정마을 포구. 연합뉴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건설 과정에서 해군, 해경, 경찰, 국가정보원, 기무사 등 국가 기관들이 공권력을 남용하며 반대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군은 유치 찬성 측 주민들의 ‘투표함 탈취 사건’에 개입했고, 경찰은 반대 주민들을 과잉 진압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이 사건에 대한 7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6월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을 선정하면서 10여년에 걸친 갈등이 촉발됐다. 같은 해 4월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지만, 마을 향약에 따른 소집 공고를 하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불거졌고 당시 회의는 주민 1900여명 가운데 4.5%에 불과한 87명이 참여하는 등 공정성 논란이 빚어졌다. 그해 5월 제주도에서 발표한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도 강정마을 주민의 입장을 배제했다.


이후 주민들이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6월 다시 연 임시총회 개최 시기부터 공권력이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임시총회 당시 찬성 측 주민들의 ‘투표함 탈취 사건’에는 해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해군기지사업단장과 찬성 측 주민들로 구성된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는 주민 투표를 무산시키려고 사전 모의를 했고, 투표 당일 추진위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


당시 경찰은 경력 340여명을 임시총회장과 마을 곳곳에 배치하고도 투표함 탈취 등 불법행위에 대응하지 않았다. 주민 신고에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조사위 관계자는 “투표함 탈취 직후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청 직원들이 ‘성공했다’고 대화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했다.


같은 해 8월 다시 열린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에서도 해군은 찬성 측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보낸 뒤 투표가 끝난 시간 귀가하게 하는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투표를 저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최종 결정했고, 청와대와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해군, 해경, 경찰 등이 총동원돼 주민 반대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을 실행했다. 같은 시기 국정원과 제주지방경찰청, 해군, 제주도 관계자 등이 모인 유관기관 회의에선 반대 주민들에 대한 인신 구속 등 사법처리 방안과 고소·고발 계획 등 강경 진압 대책을 논의했다.


조사위는 “경찰의 폭행과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한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투입된 육지 경찰은 1만9688명에 달한다. 대규모 육지경찰이 주민 진압을 위해 제주에 대거 투입된 것은 1948년 제주 4·3 이후 처음이었다.

해군은 보수단체의 집회를 지원하고,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했다. 해경은 해상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의 카약을 고의로 전복시켰고, 해상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오히려 신고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군과 국정원에 휘둘렸다고 했다.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 활동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정부는 잘못된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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