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투쟁 나와라" 학부모·학생 동원 가정통신문 논란

by 무지개 posted Jul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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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자사고인 서울 숭문고 교장 등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통신문.
 20일 자사고인 서울 숭문고 교장 등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통신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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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 법적 투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중략) 내일(21일) 행사에는 각 학급 담임 선생님들께서도 모두 참석하십니다. 학부모님께서도 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나오시어..." 

최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서울 숭문고 교장과 서울자사고 연합회장이 자신들의 실명을 적어 위와 같은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고 연합회장은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통신문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릴 예정인 '서울자사고 청소년 가족문화 축제한마당'에 학부모와 학생이 참석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행사는 사실상 집회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역 또 다른 자사고인 한대부고도 같은 집회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집회 참가 독려' 가정통신문과 관련해 도의적 문제는 물론, 위법성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 법적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지정 취소 부당성 알릴 것... 선생님들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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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숭문고 가정통신문에 따르면, 이 학교는 통신문에서 "평화로운 행사를 통해 자사고 지정 취소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서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참여가 미비하다면 행사의 의미가 퇴색할 듯하여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 행사에는 각 학급 담임 선생님들과 부장 선생님들께서도 모두 참석하신다. 학부모님께서도 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나오시어 자사고 지정 취소의 부당성을 널리 알려주시고, 선생님과 함께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통신문을 받은 한 학부모는 교육 당국에 해당 내용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도 숭문고 학부모에게 확인한 결과 20일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해당 가정통신문이 광범위하게 학부모들에게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대부고도 가정통신문에서 해당 집회 일정을 자세히 소개한 뒤 "한대부고의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질서유지와 단정한 복장에 유의하기 바란다"면서 "자사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반드시 최대 참석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대부고 학교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학교에서 메신저 등을 통해 이날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들에게 출장을 달도록 했다"고 전했다. 집회 참석을 '공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숭문고 교장 "이번 행사 집회 아닌 축제, 학생지도 차원에서 보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자사고가 통신문을 통해 '집회에 담임교사가 참석한다'고 적은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참가 압박"이라면서 "특히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은 출석체크 의미고, 강제동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홍태 정책실장은 "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집회에 학생들 참석을 강요하는 것이 21세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담임교사가 참석해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 자체가 '집회에 참여하라'는 반협박과 무엇이 다른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숭문고 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학교 학부모인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장님이 편지 원문을 쓰시고 교장 이름도 넣어달라고 해서 넣은 것"이라면서 "이번 행사는 집회는 아니고 학생들 공연도 들어가 있는 등 축제 형식이기 때문에 학생 지도 차원에서 (통신문) 보내는 것에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행사 1부엔 학생 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2부부터는 '자사고 지정 취소 반대 집회'와 청와대 행진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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