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부동의, 교육부 '윗선' 뜻".. 文정부에 날세운 전북교육감

by 바람개비 posted Jul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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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 발표일인 지난 26일 긴장감이 감도는 전북 전주 상산고의 모습. 전주=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 취소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이번에는 교육부의 전북 전주 상산고 지정 취소 부동의 결정에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을 30일 제기했다. 김 교육감은 전날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라는 표현까지 인용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 데 이어 이날도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부가 박근혜정부 ‘칼’ 빌려서 차도살인”
 
김 교육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산고를 자사고로 존치시킨다는 교육부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 적정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동의하기로 결정했다”며 상산고 손을 들어줬다. 앞서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 지정 취소 결정을 한 뒤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했다.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상산고의 평가 지표로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발표하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왼쪽)과 국회에서 생각에 잠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김 교육감은 “교육부는 사회통합전형에 대해 전북교육청이 정량평가를 했다, 5년 내내 각각 10% 적용했다고 하는데 4년 동안은 정성평가를 했고 1년만 정량평가를 한 것”이라며 “교육부는 또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잘못 알려서 학교 측이 몰랐다고 하는데, 2013년 12월 교육부가 일반고 역량 강화 정책을 공표하면서 1기 자사고를 포함한 모든 자사고에 사회통합전형을 점차 늘려가라고 하자 거기에 반발하는 자사고연합회 집회가 계속 열렸는데도 상산고가 몰랐다고 하는 게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날 전북교육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차도살인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에 대해 김 교육감은 “박근혜정부 들어서 시도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하나의 칼을 준비했다”며 “그것이 바로 장관의 동의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가 이 부분(동의권)에 문제가 있다고 합의를 봐 폐지시키기로 했다”며 “사실상 사망 선고를 한 동의권을 장관이 사용했으니 현 정권이 박근혜정부의 ‘칼’을 빌려 쓴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한마디로 부끄러운지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윗선 특정하진 않아… 행정소송 아닌 헌재로
 
김 교육감은 이어 ‘윗선 개입설’에 대해 “이런 문제를 교육부 자체적으로, 또는 장관 단독으로 결정했겠냐는 것”이라며 “저는 그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인 고려만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도 했을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겠냐는 확신”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 교육감은 윗선이 누구라고 보는지 묻는 질문엔 “여러 선이 있을 것”이라며 이름이나 직책을 특정하진 않았다.
 
사회자인 김현정PD가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윗선과 장관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교육감은 “그럴 수도 있지만 국민들 앞에서 좀 정직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교육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으면 정확히 교육부가 단독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전북교육청이 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김 교육감은 “어제 저녁 늦게까지 변호인들과 상의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헌재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쪽이고 오늘 내일 중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같은 문제로 청구된 권한 쟁의 심판에서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그는 “헌법재판관 구성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때처럼 일방적인 판단은 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부와 교육청은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이번 일로 신뢰가 깨졌다”며 “다른 교육감들도 절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산고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항의하는 의미로 세워둔 조화. 전주= 연합뉴스
◆싸늘한 여론에 “내 존재 근거는 도민의 신임”
 
교육부 발표 이후 김 교육감을 향한 정치권과 지역민들의 여론은 싸늘해졌다. 김 교육감의 사과를 넘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전북교육감의 존재 근거는 도민의 신임이지 정치권이나 상산고 학부모의 신임이 아니다”라며 “거기 귀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도민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재학 중인 김 교육감의 아들을 문제 삼는 것과 관련해 그는 “부모 입장에서 애가 가고 싶다고 하고, 합격했는데 ‘안 된다, 거기 귀족 학교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냐”며 “상산고는 고교 서열화를 고착화시키고 일반고를 황폐화시켜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육감은 “케임브리지 들어가는 것도 문제라고 하면 외국 유학하는 학생들 모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자사고 문제에 유학이라는, 비교 대상이 아닌 걸 갖다붙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특정 지역에서 자란 학생을 뽑아도 다른 지역으로 가 버려 정작 지역에는 인재가 부족한 현실도 꼬집었다. 전국 단위 자사고인 상산고를 겨냥한 지적이다.
 
‘상산고 자사고 폐지 전북도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교육부 앞에서 상산고 지정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날 인터뷰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의 발언 외에도 김 교육감은 주말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육부 발표를 비판하거나 자신을 지지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참전해서 교육부와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부의 동의 여부 발표를 목전에 둔 서울과 부산의 자사고 9곳 대부분이 상산고가 아닌, 지정 취소가 확정된 경기 안산 동산고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라 이번 갈등이 교육부와 전북교육청 간 충돌에만 그칠 것이란 의견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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