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서 바라보는 금강산도 봄에 내린 눈을 하얗게 얹은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도 맑은 봄날 햇살 아래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냈다. 휴전선으로 남북이 나뉘어 있지만, 하늘도 땅도 그리고 백두대간도 여전히 하나다.
행사는 한 시 반부터지만 열 한 시에 행사를 치르는 통일전망대 광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이들이 여럿 보였다.
▲ DMZ평화손잡기 통일전망대 ‘4. 27 DMZ+민(民) 평화인간띠잇기’ 행사가 진행되는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행사 현장 전경이다. 12시 30분 통일전망대 출입통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들어왔다. | |
ⓒ 정덕수 |
2019년 4월 27일은 'DMZ 평화의 길' 고성구간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되는 날이다. 오늘 개방되는 평화의 길은 통일전망대에서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A코스와,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왕복 이동하는 B코스로 매주 6일간 하루 2번씩 운영된다. 오늘만해도 이미 200명 신청이 완료됐다.
이 뜻깊은 날 미리 예약을 못해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DMZ 평화 손잡기' 행사에 대한 소식을 현장에서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쁜 일이다.
▲ 금강산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비로봉도 선명하게 보이는 화창한 날씨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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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선봉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구선봉이 지척에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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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을 따라 민간인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이루는 건 아직 꿈도 못 꿀 일이겠지만, 최소한 경기도 216km와 강원도 284km의 도로에서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는 줄 알았으니 적지 않은 실망이 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시간에 "평화통일만세"를 외치는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 DMZ평화손잡기 민간인 최초로 금강산전망대로 들어가는 A팀이 통문을 통과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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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진행을 함께 한다는 유미정씨는 "오늘 여기 오시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그래서 들어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혹시라도 늦을까 싶어 새벽부터 서둘렀어요" 라며 자녀 셋과 아들의 친구, 그리고 이웃까지 함께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오늘 행사에서 어떤 일을 맡았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시간에 맞춰 종을 치기로 했어요"라고 한다. 통일전망대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구선봉까지 충분히 들릴 듯하다.
오후 1시 30분부터 평화의 춤이 먼저 시작됐다. 이어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영령과 평화통일 염원을 위한 묵념을 올렸다.
이어 '평화 선언문'이 선언됐다.
▲ DMZ평화손잡기 4월 27일 판문점선언을 기념하는 DMZ평화손잡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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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평화손잡기 길놀이를 마친 이들이 한지롤에 각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글을 적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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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4. 27 판문점 선언 알맹이 세 가지는 첫째 남북, 북남 간 대화와 교류, 둘째 첨예한 군사 긴장상태 완화, 셋째 한반도 평화체계구축입니다."
"셋, 이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합니다. 100년 전 3.1운동의 맨몸 외침을 되새기고 30년 전 발트의 길을 떠올려 오늘 여기 한반도 평화체계구축으로 DMZ 500km 고성에서 강화까지 손에 손을 잡고 선언합니다."
"평화 통일 만세!"
평화선언문엔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 온 세월 70년"이라 했는데, 우린 이미 분단의 역사는 74년이 되었으며 한국전쟁 발발 69년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된다.
이어 참가자 전원이 함께 참여하는 '한지롤 평화염원담기'와 길놀이가 시작됐다. 통일전망대 광장을 몇 번 휘감고도 남을 100여 미터에 이르는 한지 몇 롤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 나가기 시작했다. 참가신청을 했다는 500명가량의 이들 외에 통일전망대에 온 이들 모두 한마음으로 길놀이에 나섰다.
▲ DMZ평화손잡기 4월 27일 14시 27분이 되자 통일을 염원하는 종소리와 함께 넓은 광장과 광장에 미쳐 들어오지 못한 이들 모두 한마음으로 손에 손을 잡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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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평화손잡기 4월 27일 14시 27분이 되자 통일을 염원하는 종소리와 함께 넓은 광장과 광장에 미쳐 들어오지 못한 이들 모두 한마음으로 손에 손을 잡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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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전망대의 북쪽 행사 막바지에 이르러 통일전망대 뒤로 철책선과 구선봉, 해금강을 바라본다. 파도가 철책을 무너뜨리려는 듯 밀려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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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표정엔 오래지 않아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꿈에 감격스러움이 느껴진다. 이때 진행팀 누군가 "우리는 한 형제! 다시 가자 금강산!"을 외쳤다. 이 소리를 듣고 참석자들도 하나 둘 "우리는 한 형제! 다시 가자 금강산!"을 외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