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민주노총·금속노조 등 8개 노동단체 12개 사무실 동시다발 압수수색

by 이어도 posted Nov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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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별관 금속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금속노조

 

이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을 색출하려는 정부의 공안탄압이 도를 넘어섰다. 물대포 직사로 농민 백남기씨를 중태에 빠뜨린 경찰에 쏠린 과잉진압 비난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공안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1일 오전 7시30분부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금속노조 서울지부·건설산업연맹·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공공운수노조 등 8개 단체 사무실 12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해 개인용 컴퓨터와 회의서류·시위용품·외장용 하드디스크·유인물을 확보했다.

경찰은 노조간부들이 자리를 비운 주말 오전 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압수수색 물품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불법 시위용품 및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곧바로 배포했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2013년 12월 철도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강제진입을 시도한 뒤 1년11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총 출범 후 첫 압수수색 당해=경찰에 따르면 압수수색 대상 단체들은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장시간 도로를 점거한 채 사전에 준비한 쇠파이프와 철제 사다리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 장비를 손괴하는 등의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단체 중 일부가 조계사에 은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도 제기했다. 이 밖에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이틀 뒤 세월호 범국민대회, 같은달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5월1일 노동절 집회와 세월호 집회, 9월23일 민노총 총파업 당시 불법 집회와 과격 시위를 주도한 혐의도 압수수색 영장 목록에 포함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찰은 민중총궐기 관련 사안뿐 아니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나 4월24일 총파업 관련 자료까지 모두 압수수색했다”며 “민중총궐기를 이유로 한 압수수색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차제에 민주노총을 비롯해 사회운동 전반에 대한 싹쓸이 공안탄압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특히 민중총궐기 당일 사용되지 않은 물품까지 압수해 갔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평소 집회에서 얼음 깨기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하는 해머까지 시위용품으로 간주하고 압수했다. 박 대변인은 “민중총궐기와 관련 없는 해머를 가져가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를 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공안탄압 시작되나=앞서 이달 18일에는 안산상록경찰서가 홈플러스 안산점·한국가스기술공사 경기지사·한국가스공사 가스기술연구원·한국가스공사 경기지역본부 등 4곳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 노조 조합원 명단과 집회 당일 조합원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민중총궐기 참가 여부를 구별하기 위해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조합원 명단을 수집하는 경찰의 행위를 둘러싸고 위법 논란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조계사에서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차벽과 최루액·살인 물대포로 분노한 민심을 가로막았던 정권의 패악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살인진압의 책임자 강신명 경찰청장의 광기가 더해지고 있다”며 “유신 부활의 앞잡이를 자처한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민중을 이긴 권력은 없다”며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고, 이 땅 노동자 민중의 위태로운 생존권을 지키려는 민심을 모아 파도처럼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오 경향신문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살인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에게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은 경찰이 공안탄압으로 비난을 모면하려 한다”며 “이는 적반하장을 넘어 패륜으로 강력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전국에서 189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7명을 구속했다. 45명(훈방 1명 포함)은 불구속수사 중이다. 시위에 가담한 136명에게는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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