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최저임금 앞다퉈 인상... '역사적 실험'

by 들불 posted Mar 31,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사 관련 사진
 영국의 '생활임금' 도입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영국은 4월 1일(현지시각)부터 '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다. 물가를 반영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개념의 최저임금으로써 선진국으로는 처음이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 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에 따라 25세 이상 근로자 기준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7.2파운드(약 1만2천 원)로 적용되며, 2020년까지 9파운드(약 1만5천 원)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6.7파운드(약 1만1천 원)라는 것을 고려하면 연평균 인상률이 6.25% 포인트로 기존 최저임금 인상 속도인 2.1% 포인트의 3배에 달한다. 대신 저소득층 세금 감면을 축소하면서 사실상의 증세도 동반된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서구 정부 역사상 최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될 것"이라며 "세금 감면이 축소되지만, 기존 최저임금을 받을 때보다 더 나은 삶을 맞게 될 것이며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영국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이후 2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성장에 따른 이득을 저임금 근로자와 나눌 때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금 감면 축소에 따른 저소득층의 손실을 생활임금으로 충분히 보전해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정부가 물가를 근거로 하는 생활임금을 잘못 산출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BBC 방송은 "영국 근로자 60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전 세계가 영국의 생활임금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러시아도 최저임금 인상

CNN 방송에 따르면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28일 현재 시간당 10달러(약 1만1700원)인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약 1만7000원)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약 8300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은 2012년 맥도날드를 비롯한 대형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들이 시간당 임금 15달러를 요구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을 계기로 본격적인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뉴욕 주에서 패스트푸드 식당 종업원과 공무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인구와 경제규모 등이 가장 크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한 캘리포니아 주가 파격적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전체의 절반이 넘는 29개 주와 수도 워싱턴D.C.가 연방 정부의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연방 최저임금도 각각 12달러와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이에 반대하면서 미국의 최저임금 논란은 대선판으로 옮겨붙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오는 7월부터 최저임금을 월 6204루블(약 10만4000원)에서 약 20% 포인트 높아진 월 7500루블(약 12만6000원)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 1월에도 최저임금을 4% 포인트 인상한 바 있어 벌써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올린다.

유가 하락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지난해 실질 임금이 9.3% 포인트 하락하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독일, 최저임금 올려도 실업률 안 높아져

기사 관련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최저임금 인상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주요국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나선 것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진해야 경기가 더욱 살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국가의 복지 혜택에 기대려는 저소득층을 생산활동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유럽에서 극우 성향이 고개를 들고 있는 현상이 심각한 빈부 격차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정치권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은 인건비 상승 압박으로 투자가 줄어들고, 저숙련 노동자의 해고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찬성론자들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우려와 달리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며 오히려 고용 안전성이 높아진 독일의 사례를 강조하며 반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임금 인상은 노동 수요를 줄여 실업률이 높아진다"라며 "하지만 최저임금을 지속해서 인상하면서도 실업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역사적 실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rticles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