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 10년 만에 산재 인정

by 물소 posted Jun 07,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성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 씨가 10년 만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첫 산재를 신청한 지 10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 14년 만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일하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 씨는, 지난 10년간 8번의 산재 신청 싸움 끝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게 됐다.

  2017년 5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한 씨는 지난 5월 30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 통지를 받았다. 한 씨는 지난 2009년 첫 산재 신청에서 불승인 통보를 받았고, 이후 법적 싸움 등 총 7번의 과정에서 번번이 산재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16일 공단에 산재 재신청에 나섰고, 올해 4월 29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신청인이 약 6년간 작업공정 중에 납, 주석, 플럭스, 이소프로필알콜(IPA) 등 유해요인에 노출된 점 △2002년 이전의 사업장 조사가 충분치 않았던 점 △만 17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해요인에 노출된 점 △업무 수행 당시 보호 장구 미착용 및 안전조치가 미흡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최근 뇌종양 판례 및 판정위원회에서 승인된 유사 질병 사례를 고려할 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그동안 공단 및 법원은 한 씨의 뇌종양 발병이 납과 유기농제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노출 수준이 높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뇌종양 발병 원인의 ‘의학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유해물질의 위험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불승인 이유로 꼽아 왔다.

반올림은 이번 판정에 대해 “(그동안) 전자산업의 다양한 유해요인 중 플럭스나 유기용제, 전자기장, 교대근무 등 유해요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 피해 문제가 계속 드러나면서 과거 간과됐던 유해물질의 위험성이 조금씩 드러났다”며 “이제는 안전보건공단이 홈페이지 자료를 통해 납땜과정에서 플럭스가 주요한 유해요인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혜경님이 겪었던 최초신청 과정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시 우리 사회는 아직 한혜경 님의 말을,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말을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등에서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7명의 노동자들은 한혜경 씨 보다 앞서 산재 인정을 받은 바 있다.

한혜경 씨는 지난 1996년, 만 17세의 나이에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취직해 LCD 회로기판을 만들었다. 그 곳에서 일하는 5년 9개월 동안, 한 씨는 납으로 된 솔더크림과 플럭스, IPA등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다. 안전교육도, 보호장구도 없이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했다. 근무 중 피부질환과 생리불순이 찾아왔으며 입사 3년차에 월경이 중단됐다. 이후 2001년 7월 퇴사했지만 4년 뒤인 2005년 10월 갑자기 쓰러진 뒤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시각, 보행, 언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한혜경 씨는 “전에는 속에 무언가 돌덩어리가 있는 듯 했지만, 지금이라도 산재인정을 받아 조금은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직장에서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들거나 하면 기관에서는 신속하게 처리해 저 같은 사람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씨와 함께 10년간 싸워왔던 한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늦게나마 혜경이의 산재가 인정돼 너무 기쁘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앞으로는 우리처럼 오랫동안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판정을 올바르게 내려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반올림은 10년 만에 이뤄진 한혜경 씨의 산재 인정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4일 오후 6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에서 ‘한혜경 산재인정 축하음악회: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를 개최할 예정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95 ‘불법 파견’ 현대기아 비정규직, 단식 12일째 ... 약속 뒤집은 노동부 들불 2019.08.12 2869
2394 파업 44일차 일진다이아몬드지회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 결단 내려야" 노돗돌 2019.08.09 3044
2393 금융노조, 중앙위 의결로 "저임금직군 처우개선 파업" 확정 한라산 2019.08.08 2669
2392 일본 수출규제 틈타 ‘노동 규제완화’ 본격화하나 바람개비 2019.08.06 2722
2391 서울의료원 비정규직 철폐 대타협 노사 합의 녹두꽃 2019.07.29 4403
2390 노동부 '불법파견 기아차 화성공장'에 직접고용 시정명령 내린다 들불 2019.07.25 2593
2389 "50일 단식 김용희 삼성 해고노동자, 의사 접견도 거부" 너럭바위 2019.07.23 2579
2388 민주노총·한국노총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한자리에서 “직접고용” 촉구 바다 2019.07.18 2529
2387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이어도 2019.07.16 2590
2386 내년 최저임금 8590원…공익위원, 사실상 사측안 ‘몰표’ 바위처럼 2019.07.12 2499
2385 민주노총 '재벌규탄 순회투쟁' 시작....12일까지 서울·세종시에서 "재벌개혁·최저임금 인상" 요구 바다 2019.07.10 2554
2384 뙤약볕 아래 전교조 천막농성장, 속 타는 해직교사 장산곳매 2019.07.08 2522
2383 공공부문 비정규직 5만 3천명, 대규모 도심 파업 집회 이어도 2019.07.04 2620
2382 금융권 노사, 용역·파견노동자와 성과배분 놓고 충돌 파랑새 2019.06.25 2562
2381 '집회폭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바위처럼 2019.06.21 2456
2380 링거 맞으며 농성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 "고용안정 보장하라" 바다 2019.06.21 4241
2379 ‘최저임금 공세’ 맞서 손맞잡은 ‘노동자·소상공인’ 금강하구 2019.06.17 2478
2378 우정노조, "집배원 과로사 행렬 막기 위해 7월 전면파업" 무지개 2019.06.15 2571
2377 주한미공군 시설관리 노동자 물탱크 고공농성 이어도 2019.06.10 2510
» 삼성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 10년 만에 산재 인정 물소 2019.06.07 246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120 Next
/ 1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