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유을 꿈꾼 여성들의 죽음,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를 아시나요?"

by 이어도 posted Sep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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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을 앞두고) 며칠 동안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어요. 지금 이 공기나 날씨도 다 (한 번도 만나지는 못한) 그 언니들을 떠올리게 하네요.”

2017년 9월 19일 화요일 오후, 군산 구역전시장 앞에서 바람개비를 들고 서있던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활동가 A씨가 말했다. 약 50여명의 민들레순례단과 함께 그 언니들이 마지막으로 살던 곳을 찾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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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던 시절, 2000년 9월 19일 일어난 군산 대명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전국의 반성매매 운동을 단체들은 결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구역전시장 인근의 이른바 ‘쉬파리 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발생한 화재참사. 활동가 A씨는 그 날, 그 현장을 가는 길에서 반복적으로 눈물을 보이며 이 말을 되뇌였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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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전시장에서 화재 현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쉬파리 골목을 지나야 한다. ‘청소년 출입금지’ 푯말이 쉬파리 골목의 입구라는 것을 말해준다. 시장에서 파는 각종 젓갈 냄새가 먼지와 뒤엉켜 퀘퀘한 기분을 들게 하는 골목 안은 사람 한명 겨우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다. 그리고 골목 사이사이에는 사람 2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유리문들이 늘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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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지만, 이곳이 바로 성매매 집결지였습니다.”

군산 여성의 전화 민은영 대표의 말로 이곳이 바로 대명동 성매매집결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된 골목의 흔적은 성매매 현장을 조금씩 지워버렸다. 그러나 먼지 쌓인 침대와 버려진 이불들로 어수선한 건물들 이곳이 성매매집결지였다는 것을 말해줬다. 어떤 방에는 종이학과 종이거북이가 빼곡하게 담긴 유리병들이 눈에 띄었다.

종이학, 이곳이 성매매 집결지였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것 중 하나다.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참사가 일어나고 그 현장은 처참했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접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학이 여러 방에서 발견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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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천 개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 그 시절을 청춘으로 살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전설에 이끌려 종이학을 접었다. 매일 밤 수많은 남성들이 찾았던 성매매 집결지 내 여성들이 종이학을 접으며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유로운 일상이었어요. 언니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유롭게 걷는 것을 꿈꿨지요.”

당시 현장을 잊지 못하고 있는 송경숙 전북 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기억해야 해요. 기억해야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기고 성찰을 할 수 있게 되지요.”라고 말했다. 활동가 A씨의 미안하다는 말은 어쩌면 이 기억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다.

“이곳을 올 때마다 ‘재들 또 왔네.’라는 말을 주변 분들한테 들어요.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되겠죠. 여성들이 희생된 그 사건, 그 여성들이 외롭지 않게 앞으로도 계속 올 거예요.”

크기변환_1.jpg<MBC 보도자료>

화재참사가 있던 건물은 쉬파리 골목의 끝이면서 어쩌면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구시장 도로에 위치한 평범한 3층 건물이다. 17년 전 오전 9시 15분께 이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 며칠이 지나고 알려진 화재 원인은 배전판 누전. 20분 만에 진화된 화재 현장에는 5명의 여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

“업주는 더 많은 성매매를 위해 건물 2층과 3층을 불법 개조했어요. 합판과 스티로폼 등 값싼 자재를 사용하여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을 모두 7개를 만들었지요.”  

값싼 자재들은 화재에 취약했다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유독가스는 자고 있던 여성들을 덮쳤다. 화재가 난 건물은 대로변에서는 상가로 착각할 수 있는 평범한 건물이다. 이 업소는 쉬파리 골목 쪽에 대형 유리창 출입문을 만들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약 26평의 2층은 1평 남짓한 방 7개로 꾸며졌다. 창문은 쇠창살과 합판, 커튼으로 막혀 있었다. 1층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바깥쪽에서 자물쇠로 채워졌다. 사실상 감금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구할 수 있었다. 이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같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오보. 이 사회의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그 오보의 책임은 언론에 앞서 정부와 업체에 있다. 오보가 아닐 수 있었던 이유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과적, 부실한 선체 관리, 구조에 나서야 할 선원들의 도피, 구조의 소홀함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실들이 드러났다. 대명동 화재참사는 그와 유사한 경로를 걸었다.

“불이 나자 1층에 살던 업주는 잠을 자는 이들을 깨운 것이 아니라 금고를 열어 장부와 통장을 챙겨 도망을 갔습니다.”

이곳의 업주는 일가족이었다. 이들은 구조는커녕 깨우지도 않았다. 이 화재를 보고 인근 건물에서 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2층 창문을 깨고 구조하고자 했으나 쇠창살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물론 깨어났다고 해도 생존은 힘들었다. 1층으로 향한 좁은 통로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화재참사의 생존자도 있었다. 3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한 여성이다. 그를 구한 건, 업주가 아니라 반려견이었다. 화재에 위험을 감지한 반려견이 머리를 물어뜯으며 깨운 것이다. 눈을 뜨니 벌써 연기가 자욱했고 2층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쇠창살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쇠창살로 막혀 도저히 나가기 힘든 상황에서 공사 인부가 포크레인 기계로 창문을 부셔 겨우 탈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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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과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는 파출소가 있었다. 생존자의 증언과 숨진 여성들의 일기장 및 장부 등에는 경찰을 비롯한 이들에게 떡값 등을 상납한 흔적이 나왔다. 경찰은 업소가 문 닫는 날 단속에 들어갔다. 아니, 업소는 경찰의 단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동네 파출소로 오는 경찰은 큰돈을 벌어간다는 이야기가 동네에서 돌기도 했다..

경찰의 화재 조사는 부실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을 비롯한 유품은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나서 유가족들이 찾은 것들이었다. 업주였던 일가족 중에는 상당기간 경찰의 체포망을 피한 이도 있었다. 생존자는 이에 대해 “(업주 중 하나가) 경찰과 친해 약 10일간 기회를 주고 잡지 않고 봐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부실 조사와 대처로 이 생존자는 상당기간을 이 업주 및 관계자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그리고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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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말하듯 군산시도 실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성매매 관련 전담 부서에서는 이곳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 업주들은 1년 전에도 미성년 여성을 감금하고 인신매매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일로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업소간 인신매매 등이 버젓이 이뤄지는데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감시와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에 대한 업주들의 착취는 악랄했다. 1평 남짓의 방에 대한 월세는 70만원. 성매매 수익의 50%를 가져갔다. 나머지 수익 중에는 적금을 들어준다며 가져가도 했다. 적금 통장을 그러나 이 여성들을 보지 못했다. 도망가다 잡히면 흑산도 등으로 보낸다는 협박도 있었다.

이와 같은 진실은 참사가 일어나고 세상에 알려졌다. 세상은 공분했다. 그러나 업주들에 대한 처벌은 가벼웠다. 일가족 중 업주와 포주로 지목된 남매는 1심에서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각각 1년씩 감형된 3년과 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단체들이 실질적 포주로 지목된 사위는 법망을 피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업주들로부터 떡값 등을 받은 경찰들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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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동 화재참사를 기억한다는 것”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현장을 찾는 ‘성산업 착취 구조 해체를 위한 여성인권행동, 민들레 순례단’은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순례의 시작은 언제나 군산 임피승화원이다. 대명동 화재참사 희생자 중2명은 찾는 가족이 없어 무연고로 남았다. 여성단체는 5년 전부터 2명의 희생자에 안치 비용을 책임졌다.

그리고 2명이 안치된 공간은 종이학과 전년도 순례단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순례단은 때로 이곳을 찾아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한다. 자유롭고 싶다는 희생자들의 바람을 담은 작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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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게 만들고 싶어. 너무 어두워. 내가 지금 사는 세상은. 밝게 투명하게 살고 싶어. 이 어두운 곳에선 나의 방식은 통하지가 않아. 그래서 배웠지...참는 법을...”

“날고 싶다. 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 베란다 중앙에 새장을 보았다. 외로이 새 한 마리가 보였다. 날 보는 것 같았다. 창살 틈으로 새가 말한다. 짹짹... 그 모습은 내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남들이 알아들으며 어떠한 방법을 가르쳐 줄텐데... 아무도 모른다. 새의 울부짖음을. 그런 새를 보며 나 역시 울고 있다.”

희생자들이 남긴 일기들은 순례단을 비롯해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과 희생자들의 연결 고리 중 하나다. ‘나비, 종이학, 종이비행기’ 마음껏 날고 자유롭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이다. 그리고 슬퍼만 하는 방식의 기억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기억하겠다는 순례단의 마음이기도 하다.

송경숙 센터장은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을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와 기억을 통해 감금과 여성 착취의 공간이 ‘여성인권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역동하는 공간’으로 전환되었다고 송 센터장은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그래서 기억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리고 이 말은 대명동 참사 이후에 14명의 여성이 희생되고 나서야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대명동 참사가 있고 1년 6개월 후, 대명동 화재참사지로부터 걸어서 10분 떨어진 개복동의 유흥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났으니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습니다. 대명동 참사가 얼마나 지났다고... 제가 그곳으로 달려가 마주할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2002년 1월 29일 개복동 화재는 참사였다. 현장은 2년 전 대명동과 다르지 않았다. 2층의 창문은 모두 합판과 가구 등으로 가려져 있었고, 1층으로 통하는 통로는 잠겨 있었다. 모두 14명의 여성이 그 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다수의 종이학이 발견됐다. 경찰 등 공권력의 유착이 드러났다. 성매매 방지법은 이렇게 뼈아픈 참사를 겪고 2004년이 돼서야 제정됐다.

민들레 순례단의 순례는 대명동을 거쳐 개복동을 지나는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 순례단은 개복동 혹은 대명동에서 마무리하던 일정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군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동국사 인근의 산돌학교가 그곳이다. 그곳에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조형물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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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동 화재참사로 숨진 여성들의 넋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2013년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 건물이 철거되자 여성단체들은 여성인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군산시는 지역 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금은 잔디가 무성한 공터. 쇠창살에 나비가 앉은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그곳에 있어야 했다.

“경로당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요. 기억을 삭제하고 싶은 것이죠.”

삭제하고 싶은 참사. 대명동 화재참사는 국가 및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업소에 감금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착취당하는 여성들을 국가가 적극 개입해 구조하지 못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본 것이다. 단지 배전판 누전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이 참사를 지우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참사의 업주들은 현재도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어쩌면 두 화재참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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