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사실 흘린 경찰청 경감, 전북대 총장선거 개입 '논란'

by 마중물 posted Nov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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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김 모 경감이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 소속 일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경찰청 김 모 경감이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 소속 일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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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학 총장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와 관련해, 상대 후보를 만나 특정 후보의 비리 혐의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면? 또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간 '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면? 결과적으로 해당 후보자는 낙선했다면?

지난달 전북대 총장 직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총장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조사 사실을 상대 후보와 주변에 알려 선거에 영향을 미친 일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대는 지난달 15일 제18대 총장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당시 이남호 총장을 비롯 모두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12년 만에 대학 구성원(교수·직원·조교·학생 참여)의 직선에 의한 총장선출이기도 했다.

선거 운동 당시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해 통화를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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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경찰청 본청의 김아무개 경감이 이 대학의 한 교수에게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 메시지에는 "교수님, 경찰청 김OO 경감입니다,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하여 통화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또 자신의 명함을 첨부해 함께 보냈다.

김 경감은 18일 보낸 메시지에서는 "이남호 총장 비리 관련하여 잠시 통화 가능할까요?"라며 재차 문자를 보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은 빠르게 전북대의 다른 교수와 학교 총장 선거 관계자들에게 공유됐다. 김 경감은 또 이남기 총장 후보 외 다른 총장 후보자 3명과 직접 만나거나 내사와 관련한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교수회장이 나서 40여 명의 대학 평의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대학본부가 최근 경찰청의 직접 내사를 받았다고 한다"며 "대학본부는 무엇 때문에 경찰청의 내사를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경감의 문자 메시지가 '대학 본부가 직접 내사를 받았다'로 기정사실화돼 확산된 것이다. 대학본부는 즉시 교수회장에게 공문을 통해 '해당 사항 없음'으로 회신했다.

하지만 교수회장은 같은 달 23일, 이번에는 '대학 본부는 경찰청의 내사를 파악하고 내용을 밝혀야 합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전체 교수에게 발송했다. 대학본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위'로 보고 관할 전주 덕진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책 대결은 없고 내사 여부만 쟁점... 경찰 개입여부 밝혀야"

그런데도 총장 선거는 선거일 직전까지 이남호 총장에 대한 '경찰청 비리 조사 여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교수회장은 27일 대학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후보자 중 세 명이 내사 경찰관을 만났거나 통화한 적이 있다"며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내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교수님들께 분명히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대학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열린 선거에서는 1차, 2차 투표에서 1위를 하던 이남호 총장 후보자는 최종 결선투표에서 2위로 밀려나고, 김동원 공대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대학 측은 김 교수를 차기 총장 1순위 임용 후보자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선거 일 이틀 전인 지난 달 27일 전북대 교수회장이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경찰청 본청의 내사는 확실한 근거가 있고 후보자 중 세 명은 내사 경찰관을 만났거나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선거 일 이틀 전인 지난 달 27일 전북대 교수회장이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경찰청 본청의 내사는 확실한 근거가 있고 후보자 중 세 명은 내사 경찰관을 만났거나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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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지만 전북대는 김 경감의 사실상의 공개 정보탐문 내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대의 한 구성원은 "경찰의 내사설을 근거로 특정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가 블랙홀이 돼 정책 대결은 없고 혼탁 선거가 됐다"며 "경찰의 부당한 개입 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장 선거에 맞춰 사실상 공개 조사가 이뤄졌고, 특히 경쟁 관계가 있는 총장 후보자를 만나 탐문 조사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추가 내사하는 것 없다"- 덕진 경찰서 "명예훼손 혐의로 소환조사 중"

이에 대해 경찰청 수사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첩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 경감이) 후보자와 교수들을 만났다, 뒤늦게 총장 선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실 확인을 중단했다, 현재 추가로 조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안타깝다, 해당 직원이 사전 신중하게 선거 중임을 파악했다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관할 전주시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대학 본부의 수사 의뢰에 따라 특정 후보의 내사설을 퍼트린 교수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소환조사했고, 추가 소환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라며 "선거법 위반(교육공무원법) 여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수사 결과 여부에 따라서 법리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대의 한 교수는 "경찰이 총장 선거 운동이 뜨거울 때 대학을 방문하고도 선거 중인 사실을 몰랐다는 건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왜 개입했는지, 대학 내 결부된 사람은 없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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