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부와 협상 때 서면으로 약속
정부서 8100억 지원 보장 뒤 돌변
설비 현황 공개 안해 매각 제자리
"매각 대금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
GM 군산공장 폐쇄 5개월
“뒷간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Danger past, God forgotten)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군산공장 부지 매각에 대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달라진 태도를 두고 나석훈 전라북도 경제산업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GM의 재무상황이 악화(-1조1514억원 자본잠식)하자 GM은 지난 상반기 한국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4월 26일 산업은행을 통해 한국GM에 7억5000만 달러(8100억원)를 부담하기로 약속했고, 이중 절반을 집행했다.
이랬던 GM이 달라졌다. 군산공장 부지 매입 의사가 있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GM이 비협조적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불만이다. 현재 군산공장 부지 매입에 적극적인 곳은 5군데다. 한 기업은 특수목적회사(SPC)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 완성차 제조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식으로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출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중심으로 12개 중소기업도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GM의 경상용차 다마스를 이곳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계획을 내놨다. 외국계 인수합병(M&A) 전문기업은 투자자를 모집해서 일종의 펀드를 조성한 뒤 군산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조립형 주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 회사는 이곳에 주택 생산 공장 신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사업 계획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GM이 군산공장에 구비 중인 설비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인수를 검토하려면 일단 시설 현황부터 파악해야 부족한 설비가 무엇이고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인지 계산해서 사업성을 판단한다”며 “하지만 GM이 건물평면도를 제외한 모든 설비·도면 제공을 거부하면서 사업 계획 자체를 못 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관계자도 “GM이 상대방 패는 보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 패는 안보여주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하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GM이 3.3㎡당 최소 50만원 이상을 제시하거나 전체 부지(129만㎡)를 일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매각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경우 전체 땅값은 예상가의 2배(1939억4000만원)로 뛴다.
군산공장 폐쇄 5개월이 지났지만 부지 매각 협상에 진척이 없는 배경이다. 태평한 GM의 태도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군산국가산업단지 협력업체의 30%가 도산했다. 요식업 휴·폐업 신고도 2015년 대비 43% 급증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오는 30일부터 한국GM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실업 급여 지급 기간이 끝나면 지역 경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