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
ⓒ 이희훈 |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수사 정보를 넘기고, 법원행정처 내부 지침을 전달받은 현직 판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두고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13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지난 주말 성창호·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때 영장전담판사로,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신 부장판사에게 수사기록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신 부장판사가 요구했다"며 "영장 정보를 복사해줬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형사수석부장이 영장전담판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인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해당 문건을 영장판사들에게 줬다.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수사가 다른 판사로 확대되는 건 막아야 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영장판사들의 진술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영장심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다시 한번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신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로 치부했다. 검찰은 "재판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관련 기사: 김명수 '수사 협조' 약속에도 법원은 또 "기각, 기각").
한편 성창호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다. 그는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은 국고손실은 맞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해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영장전담판사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뇌물 범죄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를 봤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렵다"며 "구속 사유로 미흡하다"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