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무산에 '뿔'난 경사노위 "결정구조 개선"

by 바위처럼 posted Mar 08,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암초에 걸렸다. 지난 2월 19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노사정이 합의했으나 이 합의안이 되레 경사노위를 발목 잡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합의에 반대하는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들이 7일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합의안 의결은 불발됐다.

6일 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 3인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주요 의제의 논의와 합의과정에서 배제된 채 거수기가 되는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며 이번 본위원회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7일 경사노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본위원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안 등 지난 2월 19일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서 합의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이들의 불참 선언으로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에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현재 본위원회 노동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 여기에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가 빠지면 1명만 남아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날 본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본위원회 불참과 관련된 대책 논의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들 "탄력근로제 합의 과정에서 아무런 개입도 할 수 없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별 대표들은 공동입장문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건을 계기로 주요 현안 합의에서 계층별 대표들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는 점과 합의안에 미조직노동자에 대해 안전과 건강권, 임금보전이 보장되지 않을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하지만 문제제기과정에서 이미 한 합의에 대해서는 변화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 속보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안 합의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위원회 위원도 모르는 내용이 경사노위 합의로 발표됐다"며 "사실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문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1차 본위원회에서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합의되는 과정에서 계층3대표는 아무런 개입도 할 수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은 실질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운 합의안이 고스란히 본회의로 올라와 오로지 표결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대화는 계속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첫 단추를 제대로 다시 꿰어야 경사노위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드는 진지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저희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먹기 싫은 반찬 있다고 밥상 엎어버리나" 

탄력근로제 확대안에 찬성한 한국노총은 "먹기 싫은 반찬 있다고 밥상을 엎어버리느냐"며 이들 3주체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어렵게 차려진 사회적 대화라는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 버린 그들의 가볍고 무책임한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또한 2차 본회의를 정상적으로 여는데 실패한 경사노위의 안일한 회의준비 태도에도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3주체 대표들이 당초 참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 이들을 겁박한 세력이 있음을 잘 안다"며 "먹기 싫은 반찬이 있다고 해서 밥상 전체를 엎어버리게 만든 그들의 행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칫 탄력근로제 이슈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에 대한 경사노위 본회의 처리가 무산돼, 국회가 이를 무시하고 이보다 못한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탄력근로제를 개악할 경우, 거기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이미 민주노총의 막판 반대로 노사 당사자들 간 합의가 안 된 채 국회로 넘어간 최저임금법이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어떻게 개악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회적 대화를 걷어차고 명분만을 내세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쟁취하려다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운동방식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들 뿐"이라며 "비록 경사노위 2차 본위원회가 무산됐지만 한국노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의 전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성현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대안 검토" 

이번 사태가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다. 문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본위원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안 관련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사단체의 결단을 발판 삼아 큰 타협을 이뤘지만,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되는 현재 상황을 위원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계층 위원들에게 다시 한 번 참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위원장은 향후 본위원회 의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문 위원장은 "오늘 개최된 본위원회에서는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결과물이 최종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Articles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