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우리나라 평균 기대여명은 82.4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가동연한을 60세로 정한 29년 전보다 10여년이나 증가했다."(원고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

"평균 기대여명이 연장됐더라도 유병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인 건강수명은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로 오히려 낮아졌다."(피고측 대리인 김재용 변호사)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반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쟁점은 가동연한을 지금처럼 60세로 볼지, 아니면 65세로 상향할지 여부다.

가동연한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1989년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조정한 지 29년 만에 해당 쟁점을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평균 기대여명이 늘고 경제참여 연령 증가와 고용여건 변화로 하급법원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하는 사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동연한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실수익(배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금융·보험업계에서 뜨거운 이슈다. 하지만 법원이 일반 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나이'를 정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경제·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다. 당장 노동자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지금도 늦었다" vs "시기상조"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60세를 넘어 일하는 노동의 고령화 현상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가동연한 상향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피고측 대리인 김재용 변호사는 "기대수명은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기준 64.9세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으로 직결되는 건강수명이 줄었기 때문에 가동연한 상향이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또 "가동연한이 65세로 연장되면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정년이 65세로 덩달아 연장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이 낮아 가동연한 상향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원고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미국도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하는 편이고 영국은 60~72세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며 독일과 일본은 이미 법정 정년을 67세로 보고 있다"며 "2016년 우리나라 평균 기대여명이 82.4세를 기록한 상황에서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사회여건 충분? 경제적 부담 증가?

대법관들은 가동연한 조정에 따른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듯한 질문을 던졌다. 이동원 대법관은 "현재 노동시장에서는 50대 후반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연령에 따른 임금 차이를 두는데, 월 가동일수나 가동 개시연령(현재 19세)에 대한 조정 없이 가동연한만 상향하는 것은 과다배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양측 대리인에게 "국가공무원법이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같은 다른 법령에서 규정한 정년 60세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원고측은 "법정 정년은 취업이나 노동시장 조건, 임금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가동연한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피고측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대법원이 판단한다면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공개변론 외에 7개 전문가단체로부터 받은 의견을 심리에 참고하겠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판결이 나온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 여건을 고려한다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보다 상향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법경제학회는 "가동연한 상향은 필요하지만 몇 년 정도 연장할 지는 추가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대로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 등은 "가동연한 상향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손해보험협회는 "65세로 상향되면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이 최소 1.2%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가동연한을 상향한다면 가동일수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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