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모르는 언론이 만든 가짜뉴스 '주휴수당'

by 몽고반점 posted Jan 04, 2019
<동아일보 /> 2019년 1월 1일자 1면에 실린 '국민은 "최저임금 정책 최악"...정부는 인상 폭 늘리기 강행' 기사.
  <동아일보> 2019년 1월 1일자 1면에 실린 "국민은 "최저임금 정책 최악"...정부는 인상 폭 늘리기 강행"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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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이어 올해 새해인사도 최저임금이다. 지난 한 해 내내 최저임금이 논란이 됐으니 논쟁이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제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물가가 올라서 최저임금을 올려도 소용없다는 거다.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임대료와 대기업의 횡포를 근본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500만 자영업자 중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60만 명 정도이고, 최저임금과 관계 없이 자영업자의 폐업률과 숫자는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는 거다. 물가는 최저임금이 오르든 말든 올랐고, 임금이 너무 낮아서 체감물가는 항상 높았다. 이 두 주장의 화해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젠 믿음의 문제다.

믿음은 달라도... 가짜뉴스는 만들지 말자

국민들이 각자의 믿음과 소신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것은 경제문제가 우리의 믿음과 달리 주관적이라는 것의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언론에서만큼은 가짜뉴스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 첫 번째 집중공격 대상은 바로 주휴수당이다. 올해부터 주휴수당이 강제가 돼서 추가부담이 된다는 거다. 심지어는 주휴수당에 대해 몰랐던 노동자들이 주휴수당을 달라고 해서 크고 작은 분쟁이 벌어진다는 보도도 있다.

언론종사자들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노동법과 최저임금노동자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알 수 있는 보도들이다. 아마도 보수적인 단체들이나 경제단체들이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보고 쓴 것 같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55조에 근거한다.
 
제55조(휴일)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조항의 이름이 수당이 아니라. 휴일이다. 주휴수당의 본래적 목표는 노동자들이 일주일 동안 일을 하면 최소한 하루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쉬려면 돈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한파에는 보일러를 팡팡 틀어야 한다. 돈이 없어서 냉골에 있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사장님에게도 손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야 한다. 건강한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심신의 피로를 푸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주휴수당이다. 이렇게 보면 주휴수당은 친노동자적이라기보다는 친사장님적이다. 이를 법으로 명문화 해놓은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유급휴일은 연차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제외하면 없다. 공휴일은 공무원만 쉬는 날이지 노동자가 쉬는 날이 아니다. 이것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주휴수당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유일한 유급휴일이다. 해외에는 주휴수당이 없다고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유급휴일을 한 달 정도 제공해서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한다.

주휴수당을 처음 본다고?
 
회원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최저임금법 위반과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해 항의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15일 대구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최저임금법 위반과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해 항의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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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주휴수당을 처음 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1953년부터 있던 제도다.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주휴수당이 언급된 신문기사가 나왔다. 2019년 현재 주휴수당을 공격하고 있는 <동아일보> 기사였다.

1962년 6월 18일자 <동아일보>는 대한방직협회에서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바꾼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이 흥미롭다. 종래 유급휴일로 정했던 국경일을 무급휴일로 바꾼다는 거다. 취업규칙불이익 변경에도 지킨 게 있다. 주휴일만큼은 유급휴일로 남겨 놓았다.

역시 주휴수당을 공격하고 있는 <매일경제>의 1971년 2월 4일 기사를 보자.  한 달에 단 이틀만 휴일을 준다는 노동자의 고민에,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은 일주일의 소정근로를 한자에 한하여 하루, 즉 월간 4일 이상의 휴일을 주도록 되어있습니다'라고 상담해 준다. 심지어는 소정의 휴일을 주지 않는 사용자는 1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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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9월 15일 기사에는 한진소속 파월기술자 300여 명이 한진상사에서 밀린 임금을 달라고 집회를 여는데, 통상임금뿐만 아니라 주휴수당 62달러를 달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선배들이 쓴 신문기사만 찾아봐도 주휴수당을 관행이나 갑자기 생긴 제도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휴수당을 관행에 불과하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사장님들의 불법에 대해 문제 제기한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동자가 사장에게 감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게다가 대다수의 노동자와 사장님은 노동법을 잘 몰랐다.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잠자고 있던 주휴수당을 깨운 건 2019년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2011년의 청년유니온이었다. 커피전문점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주지 않고 있던 주휴수당 문제를 이슈화시킨 것이다. 이때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후 알바노조 등에서도 주휴수당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하면서 알바를 하는 사장님들과 알바노동자들은 대부분 알게 됐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서 주휴수당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2011년 주휴수당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시기에 최저임금은 4320원이었다. 2017년 알바노조가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2%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낮든 높든 안 주고 있었다. 당연히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임금을 청구하면 이 돈은 받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임금

하지만 안 걸리면 안 줘도 그만이다. 대한민국의 사장님들은 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약 65년간 임금 할인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비결이다. 

주휴수당을 뺏으면 임금은 삭감된다. 월 145만 원. 올해 최저임금 174만 원에서는 22만원을, 심지어 2018년 최저임금이었던 157만 원보다 12만 원을 삭감하자는 주장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출 6천억 달러(약 637조 원)를 달성한 2019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모두가 주휴수당을 처음 들었다고 연기하고 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모든 백성들이 옷을 입었다고 거짓말과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정직하게 증언하는 어린이가 존재한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임금님인 최저임금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주휴수당마저 벗기려고 한다.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건 임금이 아니라 주휴수당을 벗기려는 보수 언론과 경제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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