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기후변화·미세먼지의 몸통, 자본주의

by 바다 posted Ju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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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미세먼지의 몸통, 자본주의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가장 오래된 측정소는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에 있다. 여기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해 5월에는 평균 407.70PPM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403.94PPM)에 비해 무려 3.76PPM이나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해양대기청 지구시스템연구소(NOAA-ESRL) 홈페이지에서 이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빨라도 너무 빨리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마지노선이 450PPM인데, 이 속도로 간다면 450PPM을 넘어서는 데에는 2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한심한 것은 정치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지난해 12월 합의한 파리협약을 폐기하고 유엔에 설치한 녹색기후기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화석연료 산업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트럼프는 솔직하기라도 한 것인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들은 기후변화를 중요한 정치문제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끔 “나도 지구를 사랑해요”식의 립서비스나 할 뿐이다.

한국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가 실효성 있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만드는 것이라고 스스로 얘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타결된 파리협약은 매우 불충분한 것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워낙 기대치가 낮아져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일 뿐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분통이 터진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하로 최대한 억제하자는 목표만 합의했을 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계획은 없다. 그저 ‘생색내기’일 뿐이다.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취합해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1.5도가 아니라 2.7도가 올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다.

반 총장은 2007년부터 유엔 사무총장을 맡아 왔다. 2007년 이후의 시기는 기후변화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시기였다. 그러나 시간은 허비됐고, 지난해에 나온 결과는 초라했다. 지금 반 총장이나 각 국가의 최고책임자들은 파리협약을 자신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삼기 위해 후한 평가들을 내리고 있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정치가 자본의 탐욕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몸통은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이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자본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고, 유엔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석탄화력발전소이다. 지금 53기가 있고, 앞으로 20기를 더 늘린다는 것이 정부계획이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짓는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늘고 있다. 지금 충남 서해안에는 더 이상 지을 곳이 없을 정도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들어섰고, 이제는 동해안으로 몰려가고 있다. GS, 삼성, 포스코, SK 같은 대기업들이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관여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은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배출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정부가 삼겹살과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인 것처럼 지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가진 자료상으로도 틀린 얘기였던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정부가 애꿎은 직화구이를 탓한 것이 단지 실수이고 우연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건드리자니 자본의 눈치가 보이고, 만만한 대상을 찾은 것이 직화구이였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정부는 그 후에 발표한 대책에서도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는 ‘배출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발전소 건설 자체를 재검토할 엄두는 내지도 못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나라는 원전도 줄이고 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있고, 2022년까지 원전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원전도 많이 짓고, 석탄화력발전소도 많이 지어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 이것은 원전과 기후변화가 쌍둥이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쉽게 생각하면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을 연상하면 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자본의 이윤을 위한 것이고, 원전을 많이 짓는 것도 자본의 이윤을 위한 것이다. 지난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최근에 너무 많은 발전소가 완공되어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인데도 건설승인을 강행했다. 누가 이 결정으로 이익을 볼까.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수주한 기업을 찾아보니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결국 온실가스든 미세먼지든 원전이든, 몸통은 같다. 전 지구적으로 보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든 문제의 몸통은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다. 이것을 바꾸지 못하면 안전도,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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