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흠] 재벌 수익의 1.5%면 모두 '완생' 될 수 있다

by 이어도 posted Jan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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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용 불안으로 고통을 받는 비정규직의 아픔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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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수익의 1.5%면 모두 '완생' 될 수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지금 이 시린 추위에 어느 노동자는 하늘로 오르고, 어느 노동자는 차디찬 보도를 지렁이처럼 기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 스타케미칼의 차광호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는 굴뚝 위에 올라가 있다. 며칠 전까지는 코오롱과 C&M도 같은 처지였다.

필자도 지난해 12월 26일엔 송경동 시인의 전화를 받고 기륭전자 해고노동자들의 오체투지 투쟁에 함께하였다. 우리는 오전 9시 반에 모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부터 북소리에 맞추어 대여섯 걸음 걷다가 몸을 지상에 던졌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 오기를, 전광판과 굴뚝 위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빨리 땅으로 내려오기를 빌면서. 그런데 단지 청와대 앞에 가서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저들은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였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를 기어서 간다는데, 평화로운 마음으로 절한다는데 그조차 막았다. 우리는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누워 농성을 하였다. 얼음장 같은 대리석이 손끝에서 가슴을 지나 발끝까지 지면과 닿아 있는 육신에 한기를 불어넣었고,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고통이 커졌다. 몇몇 동지들은 팔, 다리 마비 증세가 와서 거의 실신 지경이 되었다.

수녀님과 활동가들이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유흥희, 김소연 동지에게 달려들어 몸을 주물렀다. 백기완 선생은 그만 멈추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통곡을 하였고, 지켜보던 시민들도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그러다가 우리는 경찰이 장벽을 치고 있는 다리 가랑이 사이로 기어갔다. 그리 6시간이 넘는 시간을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엎어져 단 1센티미터라도 더 전진하려 경찰들과 싸우고 소리를 쳤다.

"고공농성은 죽는 것 빼곤 다 해보는 것"이라는데, 왜 이 땅의 노동자들은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러 죽음을 각오하고 하늘로 올라야만 하는가. 왜 이 정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행동인 오체투지마저 탄압하는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쫓겨나면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어 "해고가 곧 죽음"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자본은 '극단의 이익'을 취하려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이에 저항하거나 협상을 요구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장그래'가 될 수 있다

왜 한국 자본은 이리도 철면피임을 자처하는가.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자본의 충직한 마름이다. 사법부, 언론, 대형교회, 어용학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본을 압박하면, 국가가 이들에게 폭력을 구사하고, 언론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절규를 '경제혼란행위', '과격폭력 행위', '종북들의 투쟁' 등으로 매도한다.

그리고 어용학자와 대형교회들은 성장담론이나 노사평화담론을 퍼트리고, 사법부는 자본에 면죄부를 주고 수십, 수백억 원의 손배소를 강제하여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쟁의할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한다. 시민들 또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한다. 그러니, 죽음을 각오한 노동자들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서로 차이는 있지만 이는 대량해고를 한 기업들의 일반적인 풍속도가 되었다. 쌍용자동차만 하더라도 회계조작을 하여 2646명을 부당하게 해고하였고, 이를 항의하자 정권은 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재현의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을 구사하였다. 그 폭력의 후유증과 생존위기, 절망감에서 26명의 소중한 목숨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간신히 이루어진 청문회는 의문만 키웠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158억 원 손배소가 소송 중이며,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판결하였다. 지금 국가-자본-보수언론-대형교회-어용학자의 카르텔이 견제당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권력을 이용하여 비정규직 및 해고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기로 내모는 '극단적인 노동 배제'를 자행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는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장그래'가 될 수 있다. 지금 경제는 장기불황이고, 국민 대다수가 생존위기에 있다. 9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면서 그나마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생을 연명하고 있다.

720만 명의 자영업자 가운데 57.6%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 채 빚만 키우고 있고, 이도 여의치 않아 다단계 판매로 나선 415만 명 가운데 4분의 3이 단 돈 1원도 벌지 못했다(공정거래위원회 2012년 발표 '다단계 판매업자의 정보공개에 관한 고시). 미국, 유럽, 호주 등 총 50여 개 국가와 연이어서 FTA를 체결하는 바람에 대다수 농부가 농사를 열심히 지을수록 외려 빚을 늘릴 형편에 놓였다.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 차지... 돈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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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오른쪽)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적힌 손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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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자본은 국가의 묵인 내지 지원을 등에 업고 법에 명시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만이 아니라, 극단의 이윤을 축적하기 위하여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이를 영속화하고 있다.

3년을 같은 자리에서 일했어도 그 가운데 22.4%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었다. 50.9%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고 26.7%는 실직 등으로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OECD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인 49.4%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본이 그동안 900만 명의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과잉착취하였음을 의미한다.

생산과 소득 부분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당시 947원이었던 환율을 1년여 만에 1276원으로 35%를 끌어올렸으며, 이로 3년간 국민은 174조 원을 더 부담하였다. 이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낳는 자본이 되었다.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면, 하루 100달러 어치의 석유를 사용하는 국민은 9만4천여 원만 지불하면 될 것을 12만7천 원이나 지불한 것이고, 대신 1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파는 삼성은 그 반대로 9만4천여 원 대신 12만7천여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그러니 결과론적으로 국가가 환율을 조작하여 서민에게서 빼앗아 재벌에게 준 돈이 174조 원이라 말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다. 이를 5천만 명(실제는 2013년 3월 현재 5106만4841명)의 국민 수로 나누면 348만 원이며, 4인 가족 기준으로 셈하면 1392만 원이다. 정권이 환율조작만으로 세대당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서민에게서 빼앗아 재벌에게 준 것이다.

이 결과 양극화는 극대화되었으며, 이는 자본소득 격차에서 더 기인한다. 국세청의 '2012년 배당소득·이자소득 100분위 자료'를 보면, 상위 1%가 전체 종합소득의 22.9%, 상위 10%가 55.5%를 가져갔으며, 근로소득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6.41%, 상위 10%가 27.8%를 점유하였다.

일종의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자본소득의 격차는 더욱 커서,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 이자소득의 45%, 상위 10%가 배당소득의 93.5%, 이자소득의 90.6%를 차지했다. 고소득층일수록 지난 몇 년간 자본소득이 느는 경향을 나타내, 양극화는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상위 0.1%의 경우 2007년 57.5%를 차지하던 자본소득은 2012년 60.5%로 증가했고, 임금소득은 같은 기간 42.5%에서 39.5%로 줄었다.

우리 모두 '벌레'가 되어 저들의 곳간을 점령하자

이렇게 하여 전세 총액 908조 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2000조 원, 국가 채무와 공기업 부채를 합한 공공부문의 부채는 1000조 원에 달한다. 국민 대다수가 채무부담과 생존 위기에 놓인 것이다. 반면에 2014년 9월 말 현재 10대 재벌이 보유한 현금보유액만 125조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악화하는 정책과 제도화만 구사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자본의 야만을 제한하던 규제를 '단두대'에 보내고,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는 쪽으로 개악하였다. 역진율을 높이는 조세정책을 밀어붙이고 복지정책을 폐기하여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을 파탄 내어 국민들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

버티고 버티다 '세 모녀'처럼, 쌍용자동차 노동자처럼 생을 마감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늘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하루, 한 시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우선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모두 복직시키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에 관련된 법을 개정하며, 나아가 계절노동과 같은 특수분야를 제외하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여야 한다.

이는 과격한 구호가 아니다. 30대 대기업의 경우 매년 기업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의 단지 1.5%만 투자하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자본은 곳간에 쌓아둔 돈을 풀어 '장그래'들을 '완생'으로 전환하고, 빚더미에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리고 첨단 분야에 투자도 하여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는 소비를 진작시켜 장기불황에서 탈출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근본 처방이기도 하다. 이를 자본과 국가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벌레가 되자. 그리하여 저들의 곳간과 식탁, 책상을 점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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