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결의문


 


오늘 우리는 세아베스틸에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나아가 노동자가 아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담아 '세아베스틸 실천투쟁노동자회'의 출범을 선언한다.


대한중기에서 기아특수강을 거쳐 세아베스틸로 상호가 바뀌고 자본의 주인이 바뀌는 긴 세월동안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고통만을 강요받아야 했다.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으로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눈물로 지켜봐야만 했고, 계속되는 임금동결과 고용불안 속에서 한숨과 분노로 보내야 했다. 그사이에 생산의 주인이자 현장의 주인인 우리들은 나 혼자만이라도 짤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잔업 특근 하나라도 더하기 위해 관리자들과 어용집행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임금노예로 길들여졌다.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야 할 노동조합은 출세에 눈 먼 사람들이 개인 욕심을 챙기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다. 아직도 한겨울 추위에 50미터 굴뚝 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되찾을 수 없는 것이 2004년 세아베스틸 노동자의 현실이다. 이처럼 세아베스틸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지난 반세기가 넘는 동안에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어용집행부에 의한 2중.3중의 억압과 착취를 당해왔다.


그러나 억압과 착취가 강하면 강할수록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는 현장투쟁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회사와 어용노조의 탄압과 회유에 구속과 해고로 맞서면서 계속되어 온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들이 모여, 지난해 조합원을 배신하고 팔아먹은 노조집행부를 조합원의 힘으로 몰아내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제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은 어제의 주눅들고 눈치만 보는 노동자가 아니다.

싸우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도, 민주노조 건설도 결코 올 수 없다는 것을 투쟁의 경험속에서 깨닫기 시작했다. 그동안 찢어져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의 힘이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눈을 돌리면 우리 노동자들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생산의 주인이자 역사발전의 주체로소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노동현장의 민주화는 물론 노동자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주인으로 되는 새 세상을 건설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외세의 지배간섭과 조국분단으로 계속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길에도 노동자들이 떨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지난 해 전국을 뜨겁게 밝힌 촛불시위에서. 그리고 얼마전의 4.15총선에서 이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바 있다.


이에 우리는 지난 1987년 이후 계속되어온 세아베스틸 민주노조 건설투쟁의 역사를 계승하여 통큰 단결과 비타협적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반드시 이루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겠다는 결의를 모아 "세아베스틸 실천투쟁노동자회"의 깃발을 힘차게 올린다.


오늘 우리의 출범은 일천 이백여 세아베스틸 조합원들에 대한 변치 않을 동지적 약속이다.

그리고 지역과 전국의 일천 오백만 노동자와 칠천만 민중에 대한 굳은 연대의 약속이다.

우리는 세아베스틸 실천투쟁노동자회의 깃발에 새겨진 선배노동자들의 희생과 투쟁정신을 잊지 않고, 오늘 우리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부터 다음과 같이 힘차게 실천하고 투쟁해 나갈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굳은 동지애와 회원간 단결을 통해 우리의 조직인 <세아베스틸 실천투쟁노동자회>를 강화하고 발전시킨다.


하나. 우리는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현장실천투쟁으로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켜낸다.


하나. 우리는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올바른 선거투쟁으로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강화한다.


하나. 우리는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꽃피우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싸워 나간다.




2004년 5월 30일 총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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