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대법원은 노사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키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이나, 노동자가 이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를 하게 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따르며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대법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인정, ‘복리후생비’는 불인정
통상임금서 정기상여금 제외한 노사합의는 무효지만...‘추가임금 청구’는 허용 안 돼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1개월을 초과하더라도 소정근로에 대해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그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장보너스, 선물비, 생일자지원금, 설추석 상여금, 휴가비 등의 복리후생비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를 가지는 것이 아니며, 고정성도 결여된 것이라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또한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재직 중이라는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노사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키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노사합의 이후 노동자들이 추가임금 소송을 청구하는 것은, 기업이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며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된 부분만을 무효로 주장하며 근로자가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면 노사합의에 따른 임금은 모두 지급받으면서,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넘는 추가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며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로 인해 예상 외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바, 이러한 경우에 한해서는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노사합의 무효와 관련한 원심에서 신의성실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심리가 미진한 점과,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가 미진하다는 점을 들어 두 사건을 모두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민주노총, “이번 판결로 장시간-저임금노동 극복하는 계기돼야”
일단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지만, 이번 판결이 과거 대법원 판례에서 후퇴한 내용이라 논란도 예상된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복리후생비가 소정의 근로에 대한 가치평가와 관련이 없다고 본 부분은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일 년에 한 번 지급됐더라도 근로에 대한 임금임이 명확하고, 통상적 근로에 대해 지급해 왔다면 통상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재직조건을 내세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사합의 부분과 관련해서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사간 인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을 위반한 인식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적법한 신뢰가 없는데도 금액이 크다, 기업 경영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는 이유로 신의칙을 끌어들이는 것은 노동법에서 과도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우선 신의칙이 적용 될 것인지 여부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더라도 개별 사업장 마다 명확하지 않다”며 “이후 개별 소송을 통해 다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제외 합의가 아예 없었던 사업장의 경우는 정기상여금에 기초한 추가임금 청구가 가능하지만, 노사 합의가 이뤄졌던 사업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발표하고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파기환송한 것은 근로기준법 강행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통상임금 논란을 정리하고,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정상으로 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는 단순히 임금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을 극복하는 문제”라며 “오늘의 판결을 계기로 노동부는 모든 혼란의 진원지였던 잘못된 행정지침을 즉각 폐기하고, 정치권은 이미 상정되어 있는 통상임금 관련 법안을 빠르게 정비하여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비용’ 탓만 하며 시간을 끌어온 사용자들이 포괄역산제나 변칙적인 연봉제 등 또 다른 왜곡된 임금체계를 도입해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라며 “노동부는 이같은 탈법, 편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