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8일 오후 '민생파탄.민주파괴.MB악법 저지'를 위한 '시국농성단'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민생파탄.민주파괴.MB악법 저지'를 위해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하는 '시국농성단'의 천막을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8일 오후 1시 30분경,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100여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비상시국농성'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농성천막을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농성장 주변에 배치돼 있던 80여 명의 경찰병력이 강제로 밀고 들어가 천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농성단 사이에 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주최 측이 천막 한 동을 빼내 국민은행 앞 도로에 설치를 마치고 '시국농성'을 시작하려고 하자, 경찰은 농성장 주위를 압박하며 밀고 들어왔다.
▲경찰이 천막을 강제철거하려고 농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농성단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농성단은 천막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경찰의 진입을 막으려 애썼지만, 경찰은 비무장한 상태로 농성단의 포위를 뚫고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 천막 기둥을 부러뜨리며 천막 철거를 강행했다.
천막은 4개 기둥이 모두 부러졌고, 참가자들은 농성천막을 깔고 앉아 경찰의 강제철거 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앞서 경찰은 농성장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천막 등 장비가 반입되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국회 앞 농성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또 경찰은 천막을 강제철거한 뒤 이어 열린 규탄 집회에서도 국민은행 측 주차요원들에게 "(집회 참가자들을) 좀 더 강하게 통제하라. 도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재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농성천막을 깔고 앉아 경찰의 강제철거 방침을 규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최형권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규탄집회에서 "텐트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천막이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이 정권은 위기에 처 있다"고 꼬집으면서도"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승리감과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국회 앞 시국농성이 촛불처럼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까봐 이 정권은 두려워하고 있다"며 "지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주 추운 시절을 맞고 있을 때 오히려 이명박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고 농성단을 응원했다.
박희진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도 "천막만 무서워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 아니다.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하고자 했던 청년들의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경찰이 방해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청년들이 눈높이가 높아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은 부자들의 감세를 위해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부의 눈높이다"고 비판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각계 투쟁으로는 노동자.서민을 압살하려는 이명박 정권과 맞설 수 없다"며 각계의 단합을 강조했다. 또 홍 의원은 시국선언으로 '반MB 악법'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던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은 시국선언이 채 하루가 지나지 않고 90% 민중을 차버리고 한나라당, 자유선진당과 야합해서 예산안을 합의했다"고 격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국농성단' 주최 측은 "경찰이 강력하게 막아서고 있지만, 노숙농성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농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성은 국회 임시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될 것이며, 한국진보연대.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지도부들이 주도한다.
아울러 농성단과 함께 캠페인단도 함께 발족했다. 캠페인단은 대학생 등 50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철 선전전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MB악법'을 알리고 여론을 형성해 입법을 막아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캠페인단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구체적인 활동 프로그램은 논의 중이며,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열린 '비상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지금은 우리 현대사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심각하고 중대한 비상시국"이라면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국민여론을 더욱 광범위하게 모아, MB악법 저지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을 일굴 것이며,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악법을 막아냄으로써 백척간두에 매달린 국민의 생존과 행복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이지만, 말로만 같이하고 뒤에서는 실망을 안긴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정부의 가혹한 탄압이야말로 위기감에서 나오는 자멸적인 망동으로서, 오히려 우리의 승리를 재촉하는 고마운 선물로 여길 것이며, 한 치의 타협이나 물러섬도 없이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상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에는 정광훈.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윤금순 공동대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이수호 최고위원, 오병윤 사무총장,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김지희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