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강제진압 관련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수사당국의 진상규명 역시 지지부진하면서 유가족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내부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문제를 최종 정리하자는 강경기류가 있으며, (김 청장이) 쉽게 경질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하는 등 ‘용산 참사’의 불똥이 2월 임시국회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
또 정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언론관계법 등 'MB 악법'과 함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어, ‘용산 참사’와 맞물려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를 앞두고, 사회적인 불만과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용산 참사 살인진압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설 연휴 이후 주춤해진 ‘용산 참사’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다시 모을지 고심 중이다. 대책위는 우선 지난 20일부터 참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31일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범국민추모대회’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이종회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금 김석기 청장의 사퇴와 검찰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지만, 다음 달 6일 발표되는 수사 결과에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1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31일 ‘범국민추모대회’를 통해, 투쟁동력을 다시 최고조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28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진압 문제와 관련해 서울중앙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김낙준 민변 간사는 “집회 시위 현장에서 안전대책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압을 강행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장을 오늘 검찰에 고발하고 사법처리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화염병 등을 소진시키지 않고, 주변에 매트리스나 충분한 소화 장비를 배치시키지 않은 채, 좁은 공간에서 강제 진압을 벌인 부분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시국미사를 통해,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도 오는 2월 2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고,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한편, ‘용산 참사’ 문제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로 했다.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지난 23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번 사건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설 지나고 시국미사를 개최할 생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도 함께 요구해야 하고, 금번 사태를 과격 시위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전 인류의 대명제인 인권적인 차원에서 옳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전국빈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빈민해방철거민연합) 등 빈민운동 단체들도 ‘UN주거권 특별보고관’ 진정을 통해, ‘용산 참사’로 드러난 한국사회 개발의 문제와 주거권침해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했다. 또 오는 31일 오후 2시 전국의 빈민운동 단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빈민 대회’를 개최해,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참사 현장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강제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참사 이후 대책위 활동을 지원했던 민주노총도 오는 31일 오후 열리는 ‘2차 범국민추모대회’에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한 상태”라며 “정부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는 중이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규모 노동자대회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용산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미온적인 정부 여당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을 통해, “설 연휴가 지나도 정부여당의 변화가 조금도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검은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은폐조작 기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설 연휴 동안 참사 현장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역시 앞으로도 대책위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