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촛불집회는 시민·종교계·노동계·정치권 등 각계가 참여하는 '범국민 촛불대행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지난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기독교 대책회의가 3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오는 4일에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시국법회로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원불교도 이미 오는 8일 시국대법회를 열기로 했다.
종교계의 합류로 힘을 얻은 촛불에 노동계와 정치권도 합류하고 있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은 4일, 5일에는 지역 노조 간부들이 1박 2일 동안 상경 투쟁하는 등 최대 1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2일 '범국민촛불대행진'에 거당적 참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길고도 질기게 이어진 ‘촛불’엔 각 시기마다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5일 예고된 대규모 촛불집회 역시 정국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5일 집회의 양상과, 이후 ‘촛불’이 어떻게 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지금껏 변화무쌍했던 ‘촛불’의 특성상 누구도 명쾌한 전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 6·10에 버금가는 규모 될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물론 종교단체, 누리꾼들 사이에선 5일 집회 규모가 지난달 ‘6·10 100만 촛불대행진’에 버금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촛불을 들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1만명 이상이 나오는 등 참가자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도 평화적인 모습을 되찾아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다시 광장을 찾고 있다.
민주당도 총력 참가를 선언했고, 지난 2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주말을 맞아 대거 상경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에 불만이 높은 불교계의 대대적인 참여는 집회 규모를 쉽사리 내다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집회는 지금껏 유지됐던 평화 기조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라는 점에서 경찰도 강경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경찰은 지난 ‘6·10 대행진’처럼 세종로에 이른바 ‘명박산성’과 같은 차단벽을 다시 등장시킬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집회 실무를 맡고 있는 대책회의 쪽은 3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5일 집회를 대비한 비상시국회의를 만들기로 했다. 실무를 대책회의가 맡되 민주당 등 야당과 종교계, 사회원로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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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이후 촛불은 어디로? 정부와 시민사회는 지난달 ‘6·10 100만 촛불대행진’ 때처럼 이번엔도 ‘5일 이후엔 어떻게?’라는 물음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5일 집회가 대규모로 치러질 경우, 이는 정부가 내놓은 추가협상 결과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의 수습책이 민심 달래기에 실패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시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 ‘촛불’도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종교계와 시민사회계 일부 원로들 사이에서는 “5일 집회 때 승리를 선언하고, 다른 행동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른바 ‘창조적 발전론’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패배감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마무리한 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운동 등 창조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다. 물론 이런 제안도 ‘정부가 수긍할 만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전제가 있다.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찰청장과 법무장관의 퇴진, 급식 안전성 확보방안, 촛불집회로 처벌을 받고 있는 시민·활동가 등에 대한 면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촛불시위대와 누리꾼들, 종교계의 젊은 성직자들 사이에선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 게 없지 않냐”는 재협상 관철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5일 이후의 ‘촛불’ 향방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