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서 도심까지 ‘부시 반대’ 물결
경찰, 미 대사관·시위대 전경버스 봉쇄
» 평화운동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한 여성 회원이 5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 정문 앞에서 부시 방한 규탄 집회에 가던 차량을 경찰이 막자 항의하다가 경찰에 의해 차 밖으로 끌려 나와 연행되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
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쓴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주축이 된 대학생 140여명이 준비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이 못하는 재협상을 관철해 내기 위해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 ‘대학생 재협상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고 선언했다. ‘대학생 재협상단’의 김종민(29)씨는 “광우병을 강요하는 한-미 동맹은 재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는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374개 단체가 모여 만든 ‘부시 환영 애국시민연대’(애국시민연대)에서 ‘국민화합·독도수호·경제발전·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를 진행 중이었다.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양산을 펼쳐든 50∼60대 여성들은 조용기 한기총 회장의 설교에 집중했다. 조 목사는 “방송국을 점령한 마귀, 인터넷을 사용하는 원수 마귀와 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2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시청앞 광장의 하늘 위로 ‘한미동맹 강화, 웰컴 프레지던트 부시’라고 쓰인 대형 풍선이 바람에 나부꼈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이날, 몇 달간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사회는 다시 ‘한-미 동맹’의 의미를 놓고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였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은 “해방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미국은 한국 사회가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변수였다”고 말했다.
1966년 10월31일 미국의 36대 대통령 존슨이 방한했을 때 학생 100만명, 시민 155만명, 공무원 20만명 등 275만명으로 구성된 환영 인파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을 잇는 24㎞ 도로에 늘어서 꽃가루를 뿌렸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둘째 권에서 “지금 냉정하게 생각하면 (존슨 대통령에 대한 환영 행사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광적인 것”이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이날, 경찰은 ‘전경 버스’로 미국 대사관을 빙 둘러싸 보호했다. 대사관 뒤쪽의 종로 소방서 쪽에는 경찰 특공대의 장갑차도 등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도착한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자들이 모여 하루 종일 ‘방한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오후 6시 종로 보신각에서 반전·평화집회를 마친 시민 3천여명은 청계광장으로 이동해 저녁 7시부터 ‘부시 방한 반대 90차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해산 방침에 막혀 광장에서 밀려났다. 경찰은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체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겠다”고 경고 방송을 몇 차례 내보낸 뒤 거리로 나서려던 시민들을 향해 빨간 색소가 담긴 물대포를 쏘았으며, 색소가 묻은 시민 10여명을 연행했다. 시위대는 ‘주한미군철거가’등을 부르며 청계 1·2가 주변을 맴돌며 곳곳에서 격렬하게 경찰의 강경대응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창원·군산 등 전국 대도시에서도 하루 종일 방한 반대 기자회견과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
강기갑, 명동성당 마무리 집회서 ‘끝까지 함께하자’
정리 집회 분위기 급반전 다시 거리로…135명 연행
11시35분께부터 퇴계로4가와 동국대와 장충체육관 인근에 있던 시민들이 인도로 뿔뿔이 흩어져 명동성당 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앞서 종각역사거리에서 연좌시위를 하던 강기갑 의원을 비롯 민노당 당직자들이 마무리집회를 하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11시40분께 이들을 비롯 200여명의 시민들이 명동성당 입구에 도착했다. 경찰은 즉각적인 연행방침을 밝혔고, 인도에 있던 강기갑 의원과 홍의덕 위원, 이수호 최고위원 등을 제외한 민노당 당직자 6명을 연행했다. 연행자는 최형권 최고위원, 김동원 진보정치 편집장, 김종민 서울시당 부위원장, 안용정 민노당 노동국장, 박영천 성동구 민주노동당 위원회 사무국장 등이며, 동작경찰서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있던 시민 6명도 연행됐다.
강기갑 의원은 “부시가 진정한 우방이고, 친구라면 우리 국민이 왜 반대하겠나.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삼고 있는 나라이며, 부시는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라며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 없다던 부시의 실체를 알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비위를 건드릴까 국민들의 당당한 권리와 요구를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밤을 잊지 말고, 민주화를 다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정리집회 분위기로 흘렀던 현장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맞서 다시 거리행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12시35분께 1천여명의 시민들은 명동성당 들머리를 나서 을지로(중앙시네마)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대열 맨 앞에 강기갑·홍희덕 의원, 이수호 최고위원 등이 ‘주권무시 조공강요 부시 방한 반대’라고 씌워진 펼침막을 들고 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이들은 곧바로 “폭력경찰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백골단을 해체하라” “국민들이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연좌시위를 할 태세다.
12시30분까지 135명의 시민들이 연행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허재현 기자
[7신] 진압하면 흩어졌다 다시 모여 ‘게릴라 시위’
시민, 장소 바꿔 재집결…동국대 부근까지 진출
기동대 ‘시민 체포’ 상가까지 수색…상인들 ‘항의’
‘형광 물대포’ 역한 냄새에 강한 불만…80여명 연행
서울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경찰의 강제 해산에 맞선 시민들이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도로를 점거하는 시민을 향해 경찰이 달려들면, 흩어졌다가 장소를 바꿔 재집결 하는 식이다.
10시35분께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동대문과 을지로 방면으로 흩어졌고, 이 과정에서 수명의 시민들이 연행됐다. 경찰은 깃발을 들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시위대로 의심되기만 하면’ 무조건 연행하고 있다.
현장에는 현장채증을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든 경찰관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투입된 경찰관 기동대는 시민 체포를 위해 종로 일대 상가 건물까지 들어가 수색을 벌이다 상인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11시, 3천여명의 시민들은 종로3, 4가~을지로3,4가를 거쳐 퇴계로4가를 비롯 동국대와 장충체육관 부근까지 진출했다. 게릴라성 시위를 하면서도, “폭력경찰 물러나라”는 구호를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형광색소를 섞은 물대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황아무개(32)씨는 “냄새부터 역하고 불쾌한데, 이런 걸 시민들에게 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 확인되지 않지 않았냐”고 말했다.
백승렬(35·도봉구 방학동)씨는 “진압용이라지만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데, 나중에 피해보상은 누가 하나”며 불만을 드러냈다.
11시까지 차영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김경호(들꽃향린교회)·방인성(성터교회) 목사 등을 포함 80여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재현 기자
| ||||||
[5신] 경찰, 물대포 난사에 아스팔트도 붉은 ‘눈물’
할머니 머리 부딪혀 병원행…부상자 속출
흩어진 시민 ‘모이자’ 외치며 탑골공원에
강기갑 의원 연좌 시위…시민 64명 연행
9시15분께부터 경찰의 진압 수위가 더욱 격렬해졌다. 사방의 차도를 에워싼 채 경찰이 몰려들자, 시민들은 인도로 뿔뿔히 흩어졌다. 시민들은 연행되거나, 도망가는 도중에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60대 한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바닥에 크게 부딪친 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호소해 백병원에 실려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임아무개(25·대전)씨는 “경찰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연행하고 있는데, 보수단체 쪽 어른들은 보호하면서, 이곳에 있는 어른들은 왜 보호하지 않는건지 모르겠다”며 “노약자를 보호하는 게 경찰의 임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부시가 방한한 것에 반대하고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는데, 경찰이 왜 막나. 여기가 미국 땅인가? 당신들이 미국 경찰인가?”(강기갑 의원)
9시30분께부터 경찰의 무차별적인 진압과 연행에 분노한 강기갑 의원이 종각역 사거리에서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이정희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당직자 20여명도 이에 동참했다. 강 의원은 “한미 FTA 때문에 쇠고기 협상을 이명박 대통령이 조공으로 갖다 바쳤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9시45분께, 경찰을 피해 인도쪽으로 피했던 시민들이 “모이자! 모이자”를 외치며, 강 의원 주변과 탑공공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종로3가 사거리를 중심으로 도로 점거에 들어갔다.
10시께 경찰이 다시 살수차 2대를 압세워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살수 경고 후 붉은 형광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난사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물포를 쏘자, 자신들이 들고 있던 불꽃 폭죽을 쏘는 것으로 항의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기자들 때문에 작업을 못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현장의 기자들에게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종로3가 인근까지 밀려난 상태다. 3천여명의 시민들이 종로3가~종로5가 사이의 도로를 점거한 채 이동하고 있다.
종로 일대의 아스팔트는 경찰이 쏜 색소탄 물포에 의해 붉게 물들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시내 경찰서에 ‘갑호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하고, 경찰병력 225개 중대 2만4천여명을 투입한 경찰은 밤 10시30분까지 64명의 시민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허재현 기자
| ||||||
[4신] 경찰, 무차별 연행…목사들에게도 ‘형광 물대포’
시민 1만여명 경찰 ‘고립작전’ 뚫고 종각 사거리 진출
“팔 빠졌다” 외쳐도 막무가내…서울공항서 12명 연행
8시30분께 시민들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보신각 앞 종각사거리에 진출했다. 시민들은 그새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의 시민 ‘고립작전’과 ‘연행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모전교와 종로에 있는 도로 곳곳에서 쏟아져 나와 시민들을 낚아채듯 연행하고 있다. 깃발을 든 사람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임형준(35)씨는 “모전교 위에 가만히 서있는데 왜 잡아가냐”고 항의하면서 경찰에 연행됐다. 30대 한 남성은 경찰이 이 남성의 양쪽 팔을 강하게 잡아 “팔이 빠졌다”는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연행됐다. 이를 항의하던 정아무개씨도 이 남성과 함께 연행됐다.
청계광장 모전교에서 종로구청 가는 골목길에서는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위 소속 목사 10여명이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자유와 평화와 인권 등 기본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이 연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여기에 앉았다. 감옥에 갇히는 것 각오하고 있다. 이 땅 약자의 소리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연좌시위를 하면서 “평화집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곧바로 물대포를 쏘면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70대 원로 문대골 목사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8시40분께,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됐다. 경찰은 시민들이 종각사거리를 점거하자 광화문, 조계사, 을지로, 종로구청 등 사면을 포위한 채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물대포도 곳곳에 배치된 상태다.
한편, 이날 부시 대통령이 도착한 서울공항 앞에서 방한 반대 집회를 하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과 학생 12명도 경찰에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