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내부서도 "분열행위"비난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달 방미 수행단에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사진)이 포함됐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해외 투자유치에 나선 적은 있지만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기는 처음이다. 노·사·정의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촉구하는 방미길에 노동단체 수장이 동행한 것을 놓고 '정권 프렌들리'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장 위원장은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고 가기로 결정했다"며 "(노조의) '전투적 노조'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있어 내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맺은 '정책연대'의 색깔을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노총 내부에서부터 '부적절한 동행'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해 FTA 비준 거부를 촉구한 지 두달 만에 한국노총이 비준을 촉구하는 방미 수행단으로 가는 것은 노동자의 자기 분열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총 산하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이 외국 투기자본에 무차별적으로 공격받고 국부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장 위원장의 투자유치 지원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장 위원장의 친여 행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주공·토공·도공 등 14개 공공기관 노조가 결성한 공공기관 노조협의회(공공노협) 관계자는 "공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산하조직은 '전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노조 대표가 정부나 회사 대표들과 동행하는 것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장 위원장의 방미는 부적절한 외유"라고 지적했다. 공공노협은 한국노총 산하 공공연맹의 공기업 노조들이 별도로 만든 임시 협의체다.
한국노총 게시판에는 이용득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탈락 후 "청와대와 장 위원장의 밀실공천"을 주장하며 촉발된 내부 갈등상에 대해 "장 위원장이 '침묵'만 하지 말고 조속히 중앙정치위를 열어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김창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