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이 재벌체제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2년간 두 자릿수 인상률에 대한 사용자 측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노동계가 자영업자들에게 손을 내민 모양새다. ‘을과 을의 갈등’ 구도를 ‘99% 을들의 연대’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와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비공개로 ‘노동자-중소상인 역지사지 간담회’를 연 뒤 경제민주화 선언문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위 노동자 위원 9명 중 7명도 이날 함께했다.

양대노총과 한상총련은 초대형 복합쇼핑몰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파괴,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거래, 카드사의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등 문제를 언급했다.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중소상인, 자영업주들의 어려운 현실을 보수언론·정치권에서는 ‘을들의 갈등’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재벌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소상인, 자영업의 시장환경을 그대로 놔두고 최저임금만을 탓하는 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중소상인, 자영업 시장보호조치’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 노동자 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해놓고는 전부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 함께해준 한상총련에 대단히 고맙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함께해야하고 핵심은 재벌개혁”이라고 말했다. 이동주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99% 을들의 연대’라는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며 “동네마트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카드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 지역상품권을 적극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3차례 지역별 공청회를 마치고 19일 3차 전원회의부터 이달말까지 본격적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지난 2년간 두 자릿수 인상률에 대한 사측의 공격이 거센 상황에서 노동계는 인상률의 급격한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백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에서 단순히 인상요율로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며 “소상공인과 시민사회, 노동계가 함께 한국사회 모순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