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가 정치권의 표준운임제 도입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17일 여의도 산업은행 옆 인도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비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화물노동자들이 컨테이너운송위원회(CTC)의 운송료 인상합의 파기에 맞서 재투쟁을 예고했다. CTC는 대한통운 등 15개 물류운송업체가 가입한 조직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본부장 김달식)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운송료 9.9% 인상합의 파기에 맞서 노동기본권 인정과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위한 총력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이날부터 1주일 동안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담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올해 6월25일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통한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선과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CTC와 '8월1일부터 운송료를 9.9% 인상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5일 만에 파업을 끝냈다. 당시 화물연대와 CTC는 화주가 운송료를 9% 인상하면, 합의한 인상률(9.9%)를 맞추기 위해 CTC가 0.9%를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CTC는 이달 12일 화물연대에게 "8월에 2% 인상, 9월에 추가 2% 인상, 이후 화주사 인상률을 봐가며 운임인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합의를 파기한 것이다. CTC 관계자는 "화주가 돈을 안 주고 있어 순차적으로 10월 말까지 운임료를 올리겠다고 불가피하게 연기한 것이지 약속을 파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운송료를 9% 인상한 화주는 LG전자 등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화주들은 경제불황 등을 이유로 운송료를 인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정부에게도 책임을 제기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교섭을 주선하며 후견인 역할을 자임했던 정부가 합의 파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달식 본부장은 "정부와 화주, 운송사가 합의를 위반해도 법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다"며 "기름값은 치솟고, 물량은 계속 떨어지고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국회는 최소 수입을 보장할 수 있도록 표준운임제를 법제화해 운송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화주가 화물연대와 직접적으로 협상한 것이 아니라 사적거래로 운임제를 적용했기 때문에 운송료 인상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며 "CTC를 통해 화주가 운송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