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들은 왜 운전대를 놓았나

by 관리자 posted Jun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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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철도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6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공식 출범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운수노조 조합원

ⓒ 민중의소리

결국 12일로 예정된 정부와 화물연대간 간담회 자체가 무산됐다. 13일로 예고된 총파업은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화물연대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운송료 인상과 고유가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 '운송료는 당사자 간 문제'이며 고유가 대책은 '할 만큼 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화물연대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발표했던 것과 같이 13일 0시부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그동안의 잘못된 제도와 구조를 만들고 방치해온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한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 문제로 미루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정부는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정부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12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조정했다.

파업 참여 노동자에 대한 압박도 가하고 있다. 정부는 운송거부에 동참하는 화물 운전자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차량으로 운송을 방해하거나 도로를 막는 화물차 노동자에 대해서는 견인 조치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운송거부사태가 국가적 경제위기로 확산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할 경우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과 운송종사자격 취소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파업에 들어간 운송 차량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2일, 주요 사업장 운송 차량 2,818대와 항만 운송 차량 1,710대 등 모두 4,528대가 운송 거부에 나선 상태다.

지역별로는 평택, 당진항의 운송률이 평상시의 43%까지 떨어졌다. 평택항 일부 부두 출입로는 화물연대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부산항의 경우 화물이 정체되면서 평상시 60%정도 쌓여있던 화물들이 70% 수준까지 올라갔다.















12일 의왕IC에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의 모습

ⓒ 민중의소리

문제는 파업이 진행된다면 이러한 수치가 더욱 올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트럭신문'이 화물차주 437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화물운전자의 90.2%가 화물연대가 파업할 시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6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전국 주요 화물터미널 및 고속도로휴게소 등에서 1대 1 서면면접 방식으로 조사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응답한 사람 중 19.9%만이 화물연대 조합원이었고 76.4%가 비조합원이었다는 점이다. 2002년 화물연대가 설립된 이래 총 3차례 파업을 겪으면서도 비조합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경우는 드물다. 비조합원들까지 왜 자신들의 밥줄인 '화물차'를 멈추면서, 그것도 유가보조금까지 포기하면서, 감옥을 가는 것까지 불사하면서 파업에 동참하려는 것일까.

정부, 인상되는 기름값의 일부분만 보전...“도움 안된다”

이번 파업의 핵심원인은 무엇보다 '고유가'다. 이미 화물차에 들어가는 경유는 리터 당 1,900원을 넘은지 오래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8일 고위당정협의를 가지고 고유가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그 정책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는 유류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을 경우, 한시적으로 인상분의 50%를 추가로 지급하되 476원까지 보조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화물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은 리터당 287원이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그렇게나 신경써주신다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이들은 "화물운송노동자가 인상된 유류가격의 절반을 부담할 능력이 없어서 차량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며 "더 이상 (경유 가격을)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금같이 기름값이 비싼 상황에서는 노동의 대가는 커녕 차량 유지비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안병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부지부장은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 발표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무런 메리트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정부 대책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 받을 수 있는 표준요율제 도입 필요

지난 10년 동안 경유가는 4배가 인상됐다. 올해에만도 40%가 올랐지만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이다. 40년 가까이 화물차를 운전해온 김광식(58)씨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름값이 오른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운임료는 물가에 따져서 오히려 낮아졌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는 근본적으로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와 제도가 현 사태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의 고유가 시대에 화주도, 정부도 아닌,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까닭은 현 운송시장의 폐단 때문이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판단이다.

안병철 부지부장은 "알선 주선업자들을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 물건이 운송노동자들에게 전해진다"며 "화주들은 운송 요금에 대해 줄만큼 다 줬다고 하지만 정작 운송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운송비는 지극히 적다"고 주장했다. 실제 화주가 운임료로 60만원을 냈다면 화물운송 노동자가 받는 운송비는 30만원이 겨우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도급업체들이 소개비 명목으로 30만원 가까운 돈을 가져가는 구조다.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서울, 경기 지부. 의왕IC에는 이미 파업을 시작한 조합원들의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 민중의소리

고무줄 운임체계도 문제다. 안병철 부지부장은 "규격에 의해, 사업에 의해 운임체계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물량이 많을 경우 높은 운송료를 지급하고 물량이 적을 경우엔 낮은 운송료를 준다"며 "근거자료도 없이 운송사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화물운송의 공공성은 인정하면서도 왜 정당한 운송요금은 책정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에서는 이에 줄기차게 표준요율제를 요구해오고 있다. 정부에서 최저의 운임금을 지정해주고, 운송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저임금을 선정한다면 운송사로부터 물량을 받을 때 그것을 기준으로 적극 요구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도급 문제는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표준요율제 역시 화주와 운송노동자 당사자 간 문제이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화물을 멈추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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