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 목 매 숨진 채 발견.. 유서 공개

by 노둣돌 posted May 04,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사진) 파업 중인 대한통운택배분회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써놓고 사라졌던 화물연대 간부가 실종 5일만인 3일 낮 12시께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박모 지회장이 29일 새벽 최근 재벌그룹의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중인 대한통운택배분회의 투쟁이 답보상태인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더 힘있는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노조사무실에 써놓고 잠적했다. 박 지회장은 하루뒤 30일 0시께 자신이 활동해온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연대투쟁 호소와 함께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박 지회장은 이날 낮 12시께 대한통운 대전지사 맞은편 숲속 아카시아나무에 목을 맨채 발견됐다. 주변을 지나던 농부가 경찰에 신고했다. 화물연대 간부들은 박 지회장의 소식을 듣고 대책 마련을 위해 급히 대전 현장으로 이동중이다.


박 지회장이 남긴 글에서 투쟁을 호소했던 대한통운택배분회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에 소속된 택배기사들로 지난 3월 16일 78명의 조합원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집단으로 계약해지 당해 파업투쟁중이다. 지난달 17일에는 대한통운 광주지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조합원이 대체수송차량에 치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대한통운택배분회는 대한통운 자본의 일방적 운송료 인하 중단과 지난해 6월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서 내용의 이행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3일 밤 비상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한통운택배분회 투쟁 지원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박 지회장의 실종이 알려지자 가족과 동료들은 닷새동안 애타게 찾아왔다. 박 지회장이 소속된 공공운수연맹과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일 노동절 대회가 열린 여의도광장에서 30여명의 조합원과 간부들이 박 지회장의 사진을 들고 분신 등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대회장 주변에 흩어져 박 지회장을 찾았다.


박 지회장과 함께 투쟁해왔던 화물연대 이모 지부장도 30일 밤 운수노조 홈페이지에 ‘박00 동지 함께합시다.-극단적인 결정은 마시기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지회장에게 극단적 선택을 자제하고 가족들에게 연락하기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지부장은 박 지회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로 1시간 간격으로 전화하고 있지만 1일 밤 10시까지 통화가 되지 않아 안타까워 했다.

박 지회장은 30일 새벽 0시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  숨진 박모 지회장이 30일 새벽 0시께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
박 지회장의 가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뒤 30일 오후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극단적 선택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박 지회장은 화물연대 간부로 지난 2006년 일지테크 원직복직투쟁과 광주삼성전자 파업 등 여러 투쟁에 적극 결합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실종의 계기가 된 대한통운택배분회의 투쟁은 40일을 넘겼지만 사업주인 금호그룹의 노조탄압으로 합의한 교섭내용마저 번복되고 여러 조합원이 해고되는 등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故 박종태 지회장 유서 공개돼


대한통운의 78명 집단해고 사태와 관련 투쟁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 박종태(38)지회장이 죽기 전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가 4일 공개됐다.


故박종태 지회장 유서

故박종태 지회장의 유서ⓒ 민중의소리


박 지회장은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3장짜리 유서에서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라면서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능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라고 말해 동료들에게 끝까지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

박 지회장은 이어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라며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라면서도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 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라며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마지막으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라며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자신을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라고 명명한 박 지회장은 이 외에도 짧은 메모 1장과 가족 앞으로 총 4장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박 지회장이 29일 종적을 감추기 전 사무실에 남긴 짧은 메모에도 그가 얼마나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싶어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깁시다.
책임지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본부가 움직이는 투쟁 만들겠습니다. 이 투쟁은 여러분들의 승리입니다.
흔들리지 말고 동지와 조직을 믿고 함께 갑시다. 동지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故박종태 지회장 유서

故박종태 지회장이 29일 사무실을 나서며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 민중의소리


박 지회장은 지난 3월 16일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 노동자 78명이 일방적으로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해고 조합원들을 책임지고 투쟁을 이끌어왔었다.

그러나 대한통운 측이 조합원들과의 대화를 일체 회피하면서 파업은 장기화되고 있었고, 파업투쟁 과정에서 연일 수십여 명에 이르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연행되고 1인 시위 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 가운데 급기야 4월 23일 박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2명에겐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에 박 지회장은 자신이 투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자책감과 화물연대 차원의 연대투쟁이 부족함을 괴로워하며 지인들에게 이같은 고민들을 종종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지회장은 지난 달 29일 아침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기자"는 글을 남기고 종적을 감췄고, 자신의 죽음으로 대한통운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로 만들고자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지회장의 사망시각은 30일 오후 3~4시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자녀가 있다.

박 지회장의 시신은 현재 대전중앙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분향실과 장례식장 주변에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각계층이 보낸 화환들로 가득차 있다. 이날 오후 7시엔 병원 앞에서 고인을 기리고 투쟁을 다짐하는 촛불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운송료 삭감,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범국민 투쟁대책위원회'를 꾸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고인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故박종태 지회장 유서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재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 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75 화물연대, 오는 28일 경고파업...38만 화물차 멈춘다 불꽃 2014.04.15 1675
2374 화물연대, 13일 총파업 돌입..금속노조와 철도노조도 파업 준비 돌입 file 노둣돌 2008.06.13 2724
2373 화물연대, 11일 0시부터 총파업 돌입 file 뚝배기 2009.06.11 2826
2372 화물연대 확대간부 1000명 선파업 돌입 file 신발끈 2009.06.09 1692
2371 화물연대 파업 8일차, 간부 3명 고공농성 돌입 file 쇳물 2016.10.18 962
2370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 장기 농성 채비 불꽃 2012.06.26 1683
2369 화물연대 총파업 가결...“또 한 번 대한민국 물류 멈출 것” 쇳물처럼 2012.02.17 1579
2368 화물연대 조합원 14명 연행 1명 구속영장 발부 들불 2015.06.26 1067
»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 목 매 숨진 채 발견.. 유서 공개 file 노둣돌 2009.05.04 2082
2366 화물연대 경고파업 돌입, 1만 3천 화물노동자 참여 이어도 2014.07.14 1287
2365 화물연대 17일 상경 집회...“MB정부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 지켜라” 신발끈 2011.09.18 2826
2364 화물노동자 2명, 창원 용지공원 송신탑서 고공농성 들불 2015.08.10 2156
2363 화물노동자 '트레일러에 분향소 싣고' 국회 앞 농성 시작 겨울바람 2017.10.11 1115
2362 화물노동자 '운송료 합의 파기'에 또다시 거리로 불꽃 2012.09.18 1809
2361 화물 노동자들은 왜 운전대를 놓았나 file 관리자 2008.06.13 3678
2360 홍익대, 새해 첫날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 겨울바람 2011.01.03 1627
2359 홍익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합의 겨울바람 2011.02.21 1693
2358 홈플러스노조 29~31일 전면파업 예고 이어도 2014.08.26 1089
2357 홈플러스노조 29~31일 사흘간 전면파업 처음처럼 2014.09.01 1207
2356 홈플러스 하청노동자 1천700여명 구조조정 위기 file 바위처럼 2018.11.16 179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120 Next
/ 1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