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고령층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주목받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고용 보장을 전제로 근로자 임금을 조정하는 것으로 고령층에 대한 재취업과 연금 등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확산이 더뎠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 안정이 부각되면서 급속히 늘고 있다.
◆ 임금피크제 …'양날의 칼'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50대 이상 고령층이 계속 일을 하게 되면 일자리 총량이 줄어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일자리 하나를 놓고 '세대 간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기우라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간 직장과 직무가 다르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감소로 오히려 청년층 신규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선진국 사례를 보면 고령자 고용률이 늘면 청년 고용률도 함께 증가한다"며 "일자리 하나를 놓고 세대 간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 총량의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가이드라인 이달 말 마련
= 정부는 이달 말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업무능력과 숙련도가 높은 직원에 대해서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임금 삭감 비율도 업무 특성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임금피크제가 무분별한 정년 연장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노동부는 재정부가 만드는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 확산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정년 연장이 필요하며 정부가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경우 도입과 확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사 협상 방식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조 동의가 없더라도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편 문형남 미래노사발전연대 이사장은 "임금피크제는 노사 모두가 만족하긴 어려운 제도"라며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