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거행

by 바람 posted Dec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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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이 24일 오전 8시 천안의료원 장례식장 발인제를 시작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회사의 노동탄압을 폭로한 열사가 사망한 지 55일 만이다.


최종범 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은 이날 발인제를 시작으로 운구차 자택 방문, 오전 10시30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앞 영결식,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노제,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 하관식 순으로 진행됐다.

최종범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장례위원회는 신승철(민주노총 위원장), 박석운(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권영국(삼성노동인권지킴이 공동대표) 장례위원장, 전규석(금속노조 위원장) 집행위원장, 위영일(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호상으로 구성됐다.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 싸늘한 시신이 냉동고에서 나온 날
“삼성의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도록”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는 최종범 열사의 싸늘한 시신이 냉동고에서 나온 날이다.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하얀 천에 덥힌 관에 누워 나온 열사와 처음 마주한 유족은 기도를 하면서도 멍하니 관만 바라봤다. 발인제에서 소리 내어 울지도 않고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는 유족의 모습은 오히려 슬픔을 자아냈다.

전국금속노조 전국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열사정신 계승’이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장례식장 복도에 일렬로 서서 침묵 속에 열사를 맞을 준비를 했다. 발인제에서 남문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무노조 경영, 욕설과 폭언, 장시간 저임금 노동, 근로기준법 무시 등 온갖 노동탄압을 자행하는 삼성 자본에 맞서 열사가 자결한 지 반백일, 55일 만에 치러지는 장례다”라며 “엄중하고 차분하게, 질서정연하게 모란공원까지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영결식에 앞서 유족과 조합원, 참가자들은 선소리꾼의 구슬픈 목소리에 맞춰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까지 30여 분간 도로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걸음은 열사의 설움을 구구절절이 풀어낸 요령소리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다. ‘열사정신 계승’, ‘노조탄압 중단’, ‘위장도급 철폐’ 등이 적힌 노동자들이 줄지어 잡은 검은 만장은 불어오는 바람에 훠이훠이 휘날렸다.

열사가 근무한 천안센터 앞에 미리 나온 노동자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최종범 열사를 맞았다. 열사의 부인 이미희 씨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곳,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영결식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울먹이며 조사를 낭독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삼성에게 열사의 목숨 값을 반드시 받아내겠다. 삼성이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가 아닌 노동자로 존중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삼성이 무노조전략을 포기할 때까지 싸우고 또 싸우겠다”며 “열사의 간절한 바람이었던, 삼성의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도록 민주노총이 투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차분하게 “서른세 살 청년, 최종범 열사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이제 막 돌이 지난 예쁜 별이의 아빠였다. 열사가 꿈 꿨던 노동해방, 그 해방의 길은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할 노동해방이자 인간해방의 길이다”며 “최종범 열사의 죽음은 동료에 대한 애정을 담은 타는 목마름이었다. 열사의 죽음은 큰 사랑이었으며, 지독히 아픈 사랑이었다. 영원히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열사가 원했던 세상을 위해 당당히 맞서 싸우자. 열사가 외쳤던 구호들이 하나하나 우리 가슴에 남았다”며 “슬퍼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열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노동자에게 재갈을 물리고 자본과 권력이 숨통을 조이더라도 하나 되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진정 배웠다”며 “열사가 죽음으로 우리를 살린 것이다. 반듯이 결사항전으로 민주노조를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도 최종범 열사의 영정이 들어섰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적힌 검은 만장이 줄지어 휘날렸다. 최종범 열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귀도 울려처졌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한 겨울 꽁꽁 싸매고 나타난 열사의 딸 별이의 모습은 참가자들을 목매이게 했다. 열사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노제인 만큼, 참가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애도의 물결을 이어갔다. 이어 이들은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고인의 유해를 안치한 후 장례를 마무리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최종범 열사가 삼성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가 들이지 않나? 아까 노랫말이 나왔다. 최종범 열사가 걸어가며 ‘산 자여 따르라’고 노래했다”며 “눈을 똑바로 뜨고 앞으로 나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열사의 희생으로 우리는 깨닫게 됐다”며 “열사여, 이제 아쉬움과 원통함은 우리에게 내려놓고 가시라. 우리가 열사의 뜻을 이어 싸우겠다”고 말했다.

열사의 부인 이미희 씨는 “다시는 아빠가 없는 아이가 생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열사의 둘째형 최종호 씨는 “종범이가 목숨 바쳐 한 싸움을 많은 분이 이어서 싸워준 것에 대해 유가족과 종범이를 대신해 감사드린다”며 “유족도 미약하지만 동생의 동료들의 싸움에 함께 하겠다. 마지막까지 동생을 기억해주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출처: 미디어충청 정운 현장기자]


이 세상을 수리하자

- 최종범 열사 투쟁에 부쳐

송경동 시인


언제나 부르면 금세 달려오던 당신이여
이젠 불러도 오지 않는 당신이여

당신의 부서진 삶은 누가 AS해주는가
당신의 망가진 꿈은 누가 AS해주는가
당신의 중단된 생은 누가 AS해주는가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누가 AS해주는가

이 망가진 세상은 누가 AS해주는가
이 불량한 세상은 누가 AS해주는가
이 흠집많은 세상은 누가 AS해주는가
이 얼크러진 세상은 누가 AS해주는가

저 사장을 수리하자
저 삼성을 분해하자
저 재벌들을 폐기하자
저 공권력을 몰수하자
저 헌법을 교체하자
저 권력들을 AS하자

그러나 동지, 그것만 갖곤 안돼
내 삶 속에 침투한 저 자본의 바이러스를 AS하자
내 의식을 지배하고 앉아 있는 저 권력의 과부하를 AS하자
AS하자 AS하자
나를 AS하자 너를 AS하자
우리를 AS하자
내 마음의 비겁을, 내 삶의 노예근성을, 패배의식을 AS하자 AS하자

꿈꿀 수 있는 주체성을 복원하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복원하자
연대의 네트워크를 복원하자
총단결 총투쟁 전선을 복원하자

저들이 꺼져버린 생의 전원을 다시 살려놓지 않는 한
우리도 저들과 악수하지 말고 저들을 AS하자
저들의 잘못을 고쳐주지 말고 저들을 AS하자
저들의 약속을 지켜주지 말고 저들을 AS하자
저들의 곤란을 고쳐주지 말고 저들을 AS하자

고장난 이 세상을 고치는 김기사로
세상의 지배회로를 바꾸는 박기사로
이 세상의 주인을 교체하는 최기사로
다시 태어나자

최종범 열사 약력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분회 조합원
- 1981년 출생(나이 33세)
- 2010년 5월 입사
- 2013년 10월30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카톡방에 유서 남김
- 2013년 10월31일 최종범 열사 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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