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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농성장 앞에서 열린 현대차 희망버스 행사 참가자들이 공장 철조망 앞에서 공장 관리자들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2시간30분 동안 ‘전쟁터’ 방불…부상자 10여명 병원 실려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자동차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회사쪽과 큰 충돌을 빚었다. 현대차 사쪽 직원들은 소화기를 뿌렸고 시위대는 물병 등을 집어던지며 맞서 2시간30여분 동안 현대차 공장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 희망버스 참가자와 현대자동차 노조원 등 3000여명은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제3공장(최병승·천의봉씨 송전탑 농성장 인근) 앞으로 모여들었다. 현대차공장 담벼락에는 평소에 없던 2m 높이의 철판벽이 세워져 있었다. 현대차 공장 사무실이 있는 공장 정문 앞에는 컨테이너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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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차 희망버스 행사를 앞둔 20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이 사측이 쌓아 놓은 컨테이너로 꽉 막혀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오후 6시께 500여명의 시민들이 3공장 철조망에 밧줄을 걸어 당기기 시작했다. 현대차 직원들은 소화기를 뿌리며 맞섰지만 30미터 정도의 철조망이 허물어졌다. 공장 앞은 희뿌연 소화기 가루가 자욱해 눈을 뜨기 어려웠다. 흥분한 시위대는 대나무 깃대를 들어 직원들에게 휘둘렀고 현대차 직원들은 곤봉과 방패로 맞섰다. 낫과 휴대용 칼을 든 일부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아수라장인 상황이 계속됐다. 현대차 쪽에서는 취재진을 향해서도 무차별 물대포를 쏘았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강성용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수석부지회장이 팔목에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는 등 10여명의 시위자들이 울산 세민병원으로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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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농성장 앞에서 열린 현대차 희망버스 행사 참가자들이 공장 철조망 앞에서 공장 관리자들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충돌 현장에 경찰 병력이 있었지만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다. 오후 8시30분께 경찰이 해산 경고방송을 할 때까지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현장을 지휘한 울산 중부경찰서 경비과장은 “시위대 지도부에게 폭력을 멈추라고 설득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희망버스 기획단 이창근 대변인은 “8명의 참가자가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께부터는 송전탑 앞 너른터에서 문화제가 진행됐다. 현대차 희망버스 행사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과 현대차 노조원들이 참여했다. 용산참사 유족과 강정마을 주민, 영화감독 정지영, 박노자 교수 등도 행사에 함께 했다. 이창근 대변인은 “우리 사회 ‘을’의 상징은 현대차 비정규직들이다. 현대차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를 정치권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족 전재숙(70)씨는 “힘없는 용산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랐듯 힘없는 비정규직들이 철탑 위에 올라서 싸우는 것 같다. 정몽구 회장이 법원 판결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의 철탑 농성은 276일차를 맞고 있다.
울산/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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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농성장 앞에서 열린 현대차 희망버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