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경 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이모(42세) 씨가 중구 다운동 야산에서 목매어 숨진 채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오후 8시경 동강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상복도 입지 못한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 씨는 25일 오후 2시에 출근한다고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가족의 실종 신고로 경찰도 다운동 일대를 수색했지만 혹시나 하고 이씨가 자주 가던 집 앞 등산로를 찾았던 유가족에 의해 오후 3시경 집 근처인 다운동 야산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이 씨는 22일부터 25일까지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고 22일에 쓴 유서가 이 씨의 집에서 나왔다. 숨진 현장에서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3장과 집에서 발견된 2장 등 모두 5장이고 내용은 가족들에게 남기는 사랑한다는 말과 구조조정과 명예퇴직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다.
가족들은 이 씨가 평소 구조조정에 따른 전환배치 결정까지 면담과 설문조사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고 한다.
오후 7시경 효성노동조합에서 빈소를 찾아 유서와는 다르게 이씨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회사 입장을 전달했다.
효성해고자 최만식 공공노조 미조직 담당은 "효성 노동조합 집행부가 빈소를 찾아왔을 때 회사의 입장만 전달하고 가서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고 전했다.
고인의 유가족은 열두 살, 여덟 살의 두 자녀와 아내, 홀어머니다.
현장에서는 방사 2과를 하청화시키고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방사 1과로의 전환배치를 앞두고 고인과 휴직 상담을 했고 고인은 22일부터 25일까지 휴가를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이 씨는 집에서 22일에 쓴 유서와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감을 호소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씨는 계속되는 전환배치 강요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오던 중 지난 22일에도 회사 회식 후 귀가해 가스밸브를 열고 가족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부인이 발견해 겨우 말릴 수 있었다고 한다.
빈소에서 만난 유가족은 고인이 14년간 (주)효성에서 근무하며 결근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증언했고 14년간 부서 전환만 6번 있어서 구조조정에 따른 잦은 전환배치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94년 효성 언양공장에 입사해 울산공장 방사1과에서 2개월을 근무하다, 다시 선별로, 대대본부로, TPC(TX) 사무실로, 방사2과로 옮겨다니며 또다시 방사1과로 전환배치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효성해복투에 따르면 2007년 초에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 자살이 있었는데 구조조정 중단과 노동조건 개선 등의 근본적인 대책없이 4000만 원의 보상금과 유족 효성공장 취업으로 유가족과 합의하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지난 6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불법비자금 조성과 조합원에게 가해지는 현장통제, 계속되는 구조조정 문제를 규탄하는 본사 상경투쟁을 벌인 효성해복투와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27일 오전 6시30분 효성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벌였다.
현재 효성해복투 박현정 위원장이 현장에 소식이 알려지지 않아 조합원 하나 찾아오지 않는 고인의 빈소에서 유가족과 함께 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씨가 유서에 적은 "약한 자를 짓밟은 못된 OOO", "괴수 OOO 이하 소탕해주소"에서 언급된 이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