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결정권한 있는 지부 분회가 없다면 한 회사에 있는 두 개의 초기업단위 노조 모두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는 가처분결정이 나왔다. 이는 산별노조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산별노조 간 조직대상 중복에 대해서 “복수노조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가 주식회사 청진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락가처분 소송에 대해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일연)가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결정했다. 노조가 지난 5월 21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지 약 6개월만이다.
공공노조 전북평등지부가 청진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이미 올 2월 단협을 체결한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공공노조가 복수노조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공공노조는 청진 안에 있는 노조 둘 다 초기업단위노조이고 청진과 관련해 별도의 지부나 분회를 두고 있지 않아 복수노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단체교섭에 임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내게 된 것.
공공노조는 이에 대해 하나의 사업장 내에서 복수노조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간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공노조가 단체교섭을 보장해야 할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특정 사업장만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업별 노조가 아니므로 복수노조 여부에 따라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다르게 인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노조는 어용노조에서 민주노조로 조직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가입원서 조작 등을 통해 기존 노조를 서류상 유지시켜 복수노조로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하는 것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전북노동상담소 이명재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기업단위의 노동조합에서 설립, 운영에서 복수노조가 문제가 돼 왔다”며 “사실상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의 경우에서 기업별노조에 적용되던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명재 노무사는 “이번 결정은 이런 법원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업단위 노조간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결정문이 없어 내심 기다려온 가처분 결정"이라고 밝혔다.
단체교섭응락가처분 결정 요약 법원은 청진에 기업별 단위 노조가 존재하지 않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도 초기업단위노조로서 청진과 관련해 독자적인 규약이나 집행기관을 가진 지부나 분회를 두고 있지 않다며 “회사가 소속 근로자 중 일부가 다른 노조에 가입해 있어 이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공공노조와 관계가 복수노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따라서 노조법 제30조 2항에 따라 사용자로서 채권자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해서는 안되며 교섭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단체교섭권이 사법절차에 의해 실현 가능한 사법상의 권리라며 “노조가 병존하는 경우 각 노조는 독자적인 존재의의를 인정받고 고유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병존 조합 중 일방 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사용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장기간 불이익을 수반하게 되고 조합 또는 조합원의 현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공공노조가 정당한 이유없이 단체교섭요구를 거부당하고 있어 노조와 조합원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다만 단체협약안의 내용 중 “회사의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이나 공공노조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 받기 위한 사항은 교섭사항에서 제외”했다. |
청진은 전주시 완산구 내 단독주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장까지 수집운반하는 일을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다. 상시고용은 19명 정도이고 공공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현재 5명이다.
한편 회사측이 단체교섭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한 사업장에 두 개의 노조를 두지 못하게 하는 조항으로 그동안 어용노조를 통해 민주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악용돼 왔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부정하는데 악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노동악법 조항이다. 2001년 반려된 노조설립신고 중 절반이 넘게 이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이기도 했다. 복수노조 허용은 지난 2001년에 5년 유예됐다가 다시 2007년 시행을 앞두고 다시 시행이 3년 유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