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해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26일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 정부 입법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올해 안에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지난 3월 노동부의 ‘노동분야 국정과제 실천계획’에서 이미 제시됐다.
당시 노동부는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제도개선은 노사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금년 정기국회에서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6월까지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등에 대해 노사정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당초 공언과 달리 올 들어 노사정 논의가 일절 이뤄지지 않았고, 향후 논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해 왔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사정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고, 한국노총은 “노사정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 법안 상정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하게 연내 입법화를 추진하면 노동계와의 정책연대 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운동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도 서로 경쟁을 하는 발전적 측면도 있지만 자칫 회사가 악용할 경우 노조를 무력화시킬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노조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이 취약한 중소규모 노조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노사정간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민주노총은 기본 방향에는 찬성하면서도 교섭대표권 등 각론에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장석춘 위원장 취임 이후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분명한 찬성 입장이다. “회사로부터 돈 받으면서 파업하는 노조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 단적인 예다. 반면 양대노총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2006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사관계 선진화법안’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2009년 말까지 적용이 유예돼 있다.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2010년 1월부터 제도가 도입된다. 노사정은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합의점을 찾기로 했지만 2년째 겉돌고 있는 상태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