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노동부 “하급심 판결일 뿐”
지난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234일 동안 이어진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의 파업은 합법적이었으며, 보험회사 지점장도 노조 조합원 자격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홍순욱 판사는 23일 ‘불법으로 파업을 벌이며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알리안츠노조 제종규 위원장 등 8명에게 “파업이 목적 및 절차 등이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며 불법 파업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회사 임원들의 출근을 방해하고 신고 없이 집회를 한 혐의만을 인정해 4명에게만 각각 100만~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알리안츠노조 파업의 적법성 논란의 핵심이었던 성과급제 문제와 관련해, 법원은 “성과급제 도입은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과, 실제로 노사 양쪽이 성과급제 도입을 위해 협상해 온 점에 비춰 보면, 성과급제의 도입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다른 쟁점인 지점장의 노조원 자격 문제를 두고도, 법원은 “지점장은 부하 직원의 인사·급여 등에 관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않고, 일상업무 수행에 관해 상급자로부터 일정한 감독을 받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라고 볼 수 없으며, 노조 규약도 노조원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노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들이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파업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도 “파업이 찬반투표를 거친 2007년 11월 쟁의행위의 목적과 단절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리안츠노조 파업을 지원해 온 시민대책회의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성명에서 “지점장 노조 가입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옴으로써 향후 이 문제가 노사간의 불필요한 다툼으로 변질되지 않고 성숙한 대화로 마무리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지점장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온 노동부는 “하급심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권혁태 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은 “기존 판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판결”라며 “상급심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