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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소속 최대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산별중앙교섭안을 인정하기로 했지만 승인은 유보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 오후 9시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진행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현대차 노사가 의견접근을 이룬 중앙교섭안을 존중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승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노사의 지부교섭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현대차지부 의견접근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의 '존중' 결정에 따라 현대차 노사의 중앙교섭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지부교섭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승인 유보 결정으로 금속노조와 현대차와의 중앙교섭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소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원칙론 vs 현실론 8시간 공방=지난 7일 현대차가 제시안 중앙교섭안에 대해 금속노조는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한다"며 난색을 표한 반면에 지부는 "진전된 내용"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중앙쟁대위에서도 서로 다른 인식이 교차했다. 지역지부와 현대차지부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지역지부는 "중앙교섭 기본원칙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고, 지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승인을 요청했다. 결국 중앙쟁대위는 9일 오전 5시께 '현대차지부 의견접근안'을 존중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도 "승인은 유보한다"는 타협책을 내놓았다.
◇조합원 정서 반영, 가이드라인은 고수=금속노조가 '승인도 거부도 아닌' 다소 애매한 결정을 내린 것은 현실적인 문제와 향후 파장을 함께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대사업장인 현대차지부 조합원의 정서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흘 동안의 여름휴가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윤해모 현대차지부장은 쟁대위에서 "지부 조합원들은 중앙교섭이 지부교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자칫 지부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다른 사업장으로의 확산을 우려해 현대차안을 승인하지는 않았다. 현대차안을 승인하게 될 경우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가이드라인은 현대차안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지부교섭 급물살, 계열사 파급예상=금속노조의 의견접근안 존중 결정에 따라 미뤄졌던 현대차 지부교섭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부교섭의 선결조건이었던 중앙교섭 문제를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29일 상견례를 가진 이후 이달 7일까지 14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지만, 중앙교섭 참가에 대한 이견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12일 협상을 열어 지부가 요구하고 있는 임금인상안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방안을 논의한다. 지부는 올해 △기본급 13만4천690원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금속노조에는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가입해 있다. 당장 같은 그룹 소속이자 동종업계의 기아차도 현대차와 유사한 중앙교섭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