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세요. 월급이 반토막이 나면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공무원들이 박봉인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참는 건 연금이 있기 때문이예요. 그거 하나만 믿으면서 허리띠 졸라 매고 일했는데..."
공무원연급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공무원 노동자는 억울하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던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 지급율이 최대 32% 줄이는 구조로 바뀔 전망이다. 2011년까지 보험료를 26.7% 더 내고 월지급액은 지금보다 더 적게 받는 역학구조가 되는 셈이다. 지난 1일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는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을 총소득의 5.25%에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7%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33년 만기 가입자의 연금 지급률은 76%에서 47%로 줄어든다. 연금을 처음 받는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고 가입기간도 최대 33년에서 40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 채용되는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는다.
공무원들은 이러한 개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더 많이 받는다는 논리로 현 적자 구조를 개선키 위해서는 공무원 연금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 연금은 노후보장 뿐만 아니라 후불임금과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제도로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60년 공무원연금이 시작된 50년동안 정부는 공무원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고 나중에 연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공무원 보수 및 인사정책을 펼쳐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연금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5월 3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공무원들은 또한 정부가 사용자로서 당연히 자기책임을 다해야 할 법정부담금 등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연기금에서 지출함으로서 재정불안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위해 보수총액의 약 8.75%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주는 국민연금 등을 위해 보수총액의 약 15.7%를 부담하고 있다. 민간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의 추가부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공무원연금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들은 발표된 정부안에 대해 공무원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전교조, 법원공무원노조 등 공무원 노동자 2만여명은 3일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악을 당사자인 공무원노동자의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합리적 대안 마련은 뒷전인 채, 국민여론을 호도하여 공무원 연금에 대한 불신만을 조장하는데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작 보호받아야할 노동자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정헌재 위원장은 어렵고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향후 강한 투쟁을 시사했다. 그는 "돈 되는 건 모두 재벌에게 팔아넘기려하는 정부를 상대로 함께 뭉쳐서 싸우느냐, 아니냐만 남았다"며 "강한 민주노조 연대를 통해 맞서 싸우자"고 독려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여의도 광장을 가득 매운 공무원 노동자들을 둘러보며 "언제 이렇게 단결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로 성장했나"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을 우습게 보고 연금법 개악과 구조조정을 진행 할시 큰 코를 다칠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머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로 갈려져 있는 공무원 노조에 대한 통합의 이야기도 나왔다. 예고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공무원연금 개정을 막기 위해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이강섭 통합공무원노조준비위원장은 "소통합, 중통합 등을 통해 공무원들이 하나의 힘으로 현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며 "서로간 불신을 털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번 집회는 공무원노조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집회였다. 그만큼 공무원 노동자들이 분노했다는 반증이었다. 이들은 이날 시가지 행진을 하는 대신 차전놀이, 강강수월래 등을 진행하며 대동한마당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5월 3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5월 3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