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 ‘불금’인 28일 저녁에도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마당에는 촛불이 모였다. 이번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시민촛불’(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전주 촛불이라고도 부름. 이하 촛불문화제)은 송년 행사로 꾸며졌다.
전주에서 촛불 문화제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7월 5일, 촛불 구호는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으로 과감해졌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 촛불문화제 횟수도 30차례가 넘어갈 정도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약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고교생과 대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그리고 28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촛불을 들었다.
사회를 본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거치는 동안 촛불이 꺼지지 않은 것은 따뜻한 연대의 힘이다”면서 “지난 일 년간 모아 온 동전을 기부하신 시민이 있는가 하면, 5년 전 광우병 촛불 광장에서 헌신적으로 자원봉사를 하신 분이 당시 촛불 모임이 남긴 기금 90여만 원을 잘 관리하다 기부를 해주기도 했다”며 촛불 참여자들의 따뜻한 정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고교생과 대학생 등 청년들도 촛불에 힘을 불어 주고 있다”며 “우리가 결코 촛불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고교생들의 발언이 돋보였다. 완주 화산면에 있는 세인고에 다니는 조승현씨는 자신이 학교에 게시한 대자보 내용을 참가자들에게 발표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승현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대한민국 각지에서 모여 외치는 이 나라의 주인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부조리함에 용기내어 외치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대통령님은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외침을 듣고도... 나의 양심은 안녕한가?”
로 끝을 맺었다. 전주 해성고 3학년 오재현씨는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재현씨는 “새누리당은 과거 국민들에게 혁신을 하겠다면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꿨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새누리당의 이름 바꾸기는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도 결국 국민들이 반대한 대운하 사업의 이름 바꾸기였다. 그리고 반값등록금 공약을 왜 실천하지 않느냐는 대학생의 질문에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말 바꾸기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공영옥 사무국장은 “28일, 전주와 군산 등에서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 800여 명이 서울로 상경한다”면서 “철도노조 탄압 등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잘 기여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