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치헬기장이 들어설 곳의 논 - 멀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 군산미군기지피해상담소
현재 토지 강제 수용에 반대하는 농민들은 지난 7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현재 재판 중에 있으며, 오는 29일에는 판사의 현장검증이 예정되어 있지만 미군 측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수용해 공사를 강행하는 국방부로 인해 대다수의 지역주민들이 법원의 현장검증이 코앞인데 철조망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국방부가 또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태복씨는 "1주일 후면 추수가 다 끝나고, 29일이면 판사와 감정사가 와서 현장검증을 하는데 그때까지 철조망 공사를 미뤄도 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올 초에도 농사를 못짓게 하려고 온갖 수작을 부려 결국 모내기를 늦게 했더니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여름에 내린 폭우로 피해를 많이 입어 결실이 작년의 60%밖에 나오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철조망 공사를 감시하기 위해 나온 미군들이 몰고 나온 번호판이 부착되지 않은 불법 무적 차량 / 사진 군산미군기지피해상담소 |
또한 농민들이 농성을 하는 현장에는 군산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옥서면 파출소장 등이 대거 출동해 주변을 에워싸고 있지만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농민들을 설득해 농성을 중단하게 하고, 미군 측의 요구대로 공사가 진행되게 하는 것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경찰인지, 미군을 위한 경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한편, 미군들은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하려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농민들의 항의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농민들에게 다가와 관심을 보이는 척하면서 농민들을 우롱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더욱 이들은 기지 영내에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번호판 없는 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등의 불법적인 행태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이 '무슨 구경났냐? 왜 왔느냐?'고 항의하며, 무적차량임을 들어 불법행위를 지적하였지만 옥서파출소장은 'no problem, no problem. go away, go away'하며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민들의 빈축을 샀다. 현 도로교통법에서는 앞뒤에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번호판 없이 운행하다 적발이 되면 150만원의 벌금과 형사처벌을 받도록 명시돼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가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이것은 미국이나 한국이 공통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미군은 유독 한국에서만 번호판 없이 외부 활동을 하는 등의 ‘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은 미군의 이러한 행보에 발 맞춰 미군의 ‘초법’적 지위를 인정하며, 어떠한 단속도 하고 있지 않다.
▲철조망 공사를 막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농민들 / 사진 군산미군기지피해상담소 |
주민들에게는 ‘힘 있는 자에겐 솜방망이처럼 부드럽고 힘 없는 사람에겐 너무나 가혹한 법’보다는 ‘국가와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대한민국 경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의 자각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한편 국방부는 10월 24일 오전 미군 측과 협의를 거쳐 10월 30일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 검사를 실시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사 중단을 요구하던 주민들은 "일단 진행 중이던 농성을 풀고 이후 사태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