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하기로 한 날 폐업하더라”
지난 10일 새벽 5시에 익산에서 출발한 20여명의 노동자들이 남원 노암농공단지에 위치한 태전방적 공장 앞에 도착했다.
태전방적 익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다. 태전방적 익산공장의 폐업이 부당하고 밀린 임금을 청산하고 익산공장을 정상화할 것을 태정방적 본사 요구하기 위해서다.
태전방적 익산공장이 폐업한지 10일로 50일이 됐다. 노조가입하고 회사대표와 교섭하기로 약속된 날 회사는 폐업공고를 냈다.
태전방적 익산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7월 5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에 가입해 태전방적지회를 설립했다. 이미 지난 1월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발해 노조를 결성했지만 회사의 회유공작에 넘어가 노조가 와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노조 회유에 성공한 태전방적은 노동자들에게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태전방적 남원공장에서 교대를 위해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익산공장의 상황을 알리는 출근 선전을 진행했다. |
태전방적지회(지회장 공재순)는 유인물을 통해 “관리자들은 사또행세하고 40도가 넘는 작업장에 날개부러진 선풍기 달랑 2개, 욕지거리까지 하며 일을 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회사는 흑자를 내도 툭하면 경영이 안좋다고 임금을 체불하기 일쑤였다. 6월에는 임금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이들은 “참다참다 선풍기 사달라, 하루세끼 밥이 문제가 많으니 우리 돈 낼테니 식당을 바꿔달라”는 소박한 요구를 하며 노조를 결성했다.
화섬노조에 가입하면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노조결성하면 위장폐업하고 도망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할 정도로 노조가입 자체가 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6개월 전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노조가 와해된 경험이 있어 더욱 그랬다. 그러나, 민주노총 익산시지부, 화섬노조 전북본부와 상담을 수차례 진행하며 태전방적지회 조합원들은 노조가입을 더 미룰 수 없었고 ‘위장폐업에 정리해도 되더라도 싸워서 이길 것’을 결의하고 7월 5일 노조에 가입해 태전방적지회를 설립했다.
▲태전방적조합원은 노조결성을 이유로 폐업했다고 주장한다. |
회사측은 7월 8일 상견례에서 ‘교섭준비가 안됐다’며 23일로 교섭을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교섭하기로 한 23일 새벽 회사에 ‘폐업공고’가 붙었다. 폐업공고가 붙고도 조업은 중단되지 않았고 비조합원만 출근시켜 공장을 가동했다. 조합원들이 ‘위장폐업’이라며 항의하자 부랴부랴 조업을 중단했고 오후에서야 부랴부랴 폐업신고를 냈다.
물론 폐업 공고가 붙기 전 회사측은 ‘노조를 없애라’거나 ‘아니면 한국노총으로 가라’고 회유하다가 ‘아니면 폐업한다’고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폐업했다.
이에 대해 태전방적지회는 경영상 이유가 아닌 ‘노조혐오로 인한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일단 본사인 남원공장은 150여명이 3교대로 일할 정도로 물량이 많고 매출이 많다며 이는 적자로 인한 폐업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공재순 지회장에 따르면 “익산공장에 날마다 임대업자들이 찾아와 노조해산하고 공장을 돌리자고 회유한다”고 전했다. 공 지회장은 “이는 폐업의 이유가 노조 때문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지회장은 또 “익산에 최근 방적공장에서 첫 노조 결성이다”며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전방적지회는 10일 본사가 위치한 태전방적 남원공장에 출퇴근 교대시간을 맞춰 선전전을 진행한다. 남원시청 공무원에게 태전방적의 위장폐업 사실을 알리고 남원 터미널 부근에서 시민들에게도 사실을 알렸다.
태전방적지회 한 조합원은 힘들게 남아 투쟁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체불임금, 고용보장만 위해서가 아니다. 노동자로서 인권도 없이 사람대우도 못 받는 것. 이것이 투쟁하는 가장 큰 이유다”
▲50일이 지나며 조끼도 어울리고 구호를 외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