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고발하자 직장 폐쇄…한국일보 사측의 불법 행위

by 신발끈 posted Jun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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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일보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념 갈등이니 노노 갈등이니 하는 소리도 있다지만, 근거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회사 측에 대한 노동조합고발과 이에 대한 사측의 직장 폐쇄라는 점에서 보아 사측의 대응이 정당하고, 쌍방이 노동법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법을 전혀 모르는 무식의 소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46조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직장을 폐쇄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는 노동법만이 아니라 헌법에도 위배된다. 부당한 직장 폐쇄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측의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권과 편집권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이기도 하다. 헌법 차원의 논의는 더욱 근본적이고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자칫 추상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법적 쟁점을 노동법의 차원에서 검토하도록 한다. 먼저 사태의 윤곽을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사지부는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측은 이를 편집국 일부 간부들이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5월 2일 편집국에 대한 보복성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인사에 불복하고 기존 편집국 체제로 신문 제작을 계속 이어가자, 6월 15일 용역을 투입하여 편집국을 전면 폐쇄하고 토요일 당직 근무 중이던 기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이어 전 사원에게 근로 제공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서명하지 않으면 편집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공지했고, 이러한 사측의 조치에 반발한 170여 명의 기자들은 기사 집배신 시스템 아이디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상식적인 한국일보 발행을 계속해오고 있다.

▲ 편집국 진입을 시도하는 기자들과 이를 막는 용역업체 직원들. ⓒ한국일보 노조

사측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위법 행위투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의 고발에 대해 사측이 만일 죄가 없다면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고 검찰이나 법원에서 유무죄를 가리면 된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고발을 이유로 보복성 인사를 한 것은 헌법 33조가 보장하는 노동단체권에 대한 침해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가 금지하는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노동조합의 파업이 없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직장 폐쇄를 감행한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노조법 제46조에 위반되는 위법 행위이다.

위법한 직장 폐쇄는 사용자가 고의로 근로자들의 근로를 수령하지 않은 계약 위반 행위임에도, 사측이 도리어 근로자에게 근로 제공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히 위법이다. 나아가 이는 강제 노동의 요소도 갖는 극악한 위법 행위이다. 사용자가 근로 계약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내쫓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한 뒤에, 근로자가 허용할 수 없는 특별한 조건을 붙여 강제로 근로를 종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도 수년간 정상적으로 취재 및 기사 작성 업무를 해 온 기자들에게 별안간 그러한 확약서의 서명과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게다가 그 확약서는 경영진의 요구와 지시에 따르는 신문 발행에 협조하라는 내용으로서 이는 언론의 자주성과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위협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확약서 요구라는 위법 행위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해고하는 것도 당연히 위법이다. 또 위법한 직장 폐쇄를 할 때 근로자는 당연히 취업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언론사와 같이 취업 자체가 매우 전문적인 경우 그 의의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자들을 배제하는 것 자체가 취업 청구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그들을 제외한 극소수만으로 신문을 제작하는 것도 취업 청구권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이다. 만일 그 극소수에 제3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도 대체 근로를 금지한 노조법 위반이다. 아직까지는 제3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충분히 예상되는 일임을 이미 시사저널 등의 경우에서 볼 수 있었다.

그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으나 이상 몇 가지의 이유만으로도 사측의 행위는 위법투성이인 것이 분명하므로, 사측은 하루속히 작금의 만행을 그만두고 원상으로 돌아가 정상화하는 것이 옳다. 한국일보 기자들의 저항은 전적으로 정당하므로 사측의 모든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사측이 져야 한다. 아울러 경영권과 편집권의 관계에 대해 법적 문서로 엄밀하게 규범화해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사태의 해결은 단순히 한국일보사에 한정되지 않고, 한국의 언론을 바로 세우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특히 독재 시대의 정치적 탄압이 가시자 자본과 경영에 의한 언론의 수난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해결은 앞으로의 언론 자유 발전을 결정적으로 상징할 것이다. 이미 한국일보 기자들은 1980년대에 최초의 언론노조를 만들어 언론 노동자들이 사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계기를 이룬 적이 있는 만큼, 이 사태에 대한 정의로운 저항을 통하여 또 하나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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