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가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명기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합동군 사령부는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The Joint Operation Environment 2008)'에서 "아시아 대륙 연안에는 이미 5개 핵보유국이 있다"면서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를 영문 이니셜 순서에 따라 차례로 명기했다.
이번 미 합동군사령부의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군사적인 평가 수준으로 미국의 정치적, 외교적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기보다 미 국방부가 실무 차원에서 북핵문제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우니까 과도기적으로 군사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충분히 정치적 외교적 측면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국부부의 조정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단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는 '단순 실수'로 바라보고 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미측에서 필요한 수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되면 북핵 프로그램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6자회담 틀이 '핵군축회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지점은 한국정부가 우려하는 상황이다. 핵군축회담에서는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국과 일본정부는 배제될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이 핵물질 해외 이전 등 핵확산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도 보수진영의 우려다.
진보진영의 시민단체는 이번 미 합동군사령부의 보고서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책실장은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며, 이를 공식적으로 미 국방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이 핵실험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면서 "그 공약을 이행하도록 6자회담 참가국들이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고 공동의 인식을 마련하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