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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9월 조강생산량은 3961만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 감소했다. 2000년 10월에 이어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철강수요 감소로 바오산철강 등 중국 주요 제철소들이 감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감소 추세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1위 철강사인 바오산철강은 최근 열연 20%, 냉연 16% 등 상당폭의 가격인하까지 단행했다.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뒤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기가 하강하자 가장 큰 타격을 맞은 업종은 해운이다. 철광석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올해 5월 1만1793까지 올라갔다가 22일 1221까지 떨어졌다. 최고점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벌크선 운임지수가 1200대로 내려간 것은 해운 경기가 호황에 접어들기 시작한 2002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월에 원자재를 운송하면 100원을 받던 것을 지금은 10원 받고 있는 꼴이다.
한국 해운 업계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은 30%에 이를 정도로 크다. 특히 중소 해운업체의 경우 주로 벌크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벌써 몇몇 중소 해운업체들은 거의 도산 직전에 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도 급락중이다. 9월말 3만원을 호가하던 한진해운의 주가는 23일 1만3400원으로 마감했다.
조선업종도 좋지 않다. 금융경색 때문에 유럽의 선주들이 선박 건조 주문을 끊은데다가 해운업계도 경기 하강을 우려해 새 배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 배 가격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10월 17일 기준으로 선박 가격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그 전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186을 기록했다. 처음에 벌크선 위주로 나타나던 하락세는 최근에 거의 모든 선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점을 유지하고 있던 초대형유조선(VLCC) 신조선가도 처음으로 하락 반전했다. 한 대형조선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새로운 발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수주잔량을 줄여가며 버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의 70% 정도를 수출하고, 그 전체 수출 가운데 60% 가량을 중국에 내보내는 석유화학업계도 가동률을 줄이며 중국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