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촛불현장] '국민토성' 쌓는 시민들…"이건 정당 방어"

by 뚝배기 posted Jun 22,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모래주머니로 쌓아올린 토성으로 경찰버스에 올라간 시민들의 모습. ⓒ프레시안


"내일 조·중·동 난리 나겠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니 폭력 시위니…웃겨 정말."
  
  촛불을 든 두 여대생이 나눈 짧은 대화에는 냉소와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눈은 그리스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경찰 버스 앞에 만들고 있는 '국민토성'에 향해 있었다.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토성'은 어느덧 청와대 방향 광화문 사거리를 빈틈없이 차단한 경찰 버스의 높이만큼 높아져 있었다. 21일 오후 11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풍경이었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48시간 국민 비상 행동'과 더불어 이날은 '제2차 촛불 대행진'이 열렸다. 정부가 미국에서 가지고 돌아온 추가 협상 결과가 발표된 이날 모인 연인원 약 10만 명(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추산)의 시민은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며 코웃음을 쳤다. 시민들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정부, 경찰, 조·중·동의 행태는 말 그대로 국민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셈이었다. 반면, 시민들의 분노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좀 더 커졌다.
  







▲ 이날 광화문 사거리에는 정부의 '추가 협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10만 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프레시안

  '절실한' 경찰의 공허한 경고…시민들 "이순신을 석방하라!"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강제 해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경찰은 여러분을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비폭력을 주장하면서 폭력 시위를 하고 있습니까?"
  "OO단체, XX씨, 사람들을 선동하지 마십시오."

  
  경찰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고 한편으로는 절절했다. 특정 단체의 특정 이름을 거명하며 '반드시 사법 처리 할 것'이라는 말을 수십 차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이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는 '경고'는 공허할 뿐이었다. 대신 야유, 비난, 농담으로 대응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차나 빼", "트럭은 죄가 없다. 트럭을 풀어줘라.", "이순신을 석방하라. 전경을 석방하라."
  
  경찰이 이날 유독 긴장한 이유는 '국민토성' 때문이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미 예고한 토성은 오후 9시경부터 쌓아 올려지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차곡차곡 모래 주머니를 쌓아올렸고, 뒤에서는 싹싹 쓸어담아 주머니에 모래를 채워넣었다. 지난 20일 경찰이 '불법'이라며 탈취했던 모래 트럭을 서울역 인근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한 수백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트럭에 몰려가 모래 주머니를 짊어지고 광화문 사거리로 행진해 환호를 받았다.
  






  





▲ 오후 11시경, 토성을 딛고 올라간 시민들은 깃발을 휘날렸다. ⓒ프레시안

  "소통 모르는 정부…이건 최소한의 정당 방위"
  
  2시간 넘게 진행되던 토성 쌓기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로에 앉아 자리를 지키며 응원했다. 지난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 당시 거센 논란이 일었던 '스티로폼 쌓기'에 비해 이날은 '비폭력'을 외치며 토성 쌓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높아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반증하는 듯 했다.
  
  촛불을 들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양삼건(45) 씨는 "저희는 MB한테 좀 더 가까이 가서 소통을 가르쳐줘야 한다"며 "당연히 주인인 국민이 그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앞으로 5~10년 후를 생각해보면 이 토성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비하면 덜 위험하고, 시민들에게 사소한 불편을 미치는 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아이를 안고 있던 마정윤 씨는 "집에서 모래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쪽에서 먼저 공격 하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먼저 했나. 이건 최소한의 정당 방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정태준(40) 씨는 "어쨌든 빨리 길이나 뚫었으면 좋겠다. 담화문 발표 때 일말의 기대를 갖긴 했는데 변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 쌓기'를 폭력이라고 지적하는 경찰의 경고에 "저게 폭력이면 차벽은 더 큰 폭력 아니냐. 우리가 청와대에 가는 건 누구 멱살을 잡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 '조·중·동은 독극물' ⓒ프레시안

  "추가 협상? 예상대로였을뿐"
  
  한편, 이날 발표된 정부의 추가 협상 내용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코웃음을 쳤다. '추가 협상으로 인해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의 숫자가 줄어들까'라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모(36) 씨는 "국민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 정도로 소통하기 거부하는 정권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을 폭력 집단으로 만드는 무능한 정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걸 추가 협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또 한 번 무능한 모습"이라며 "이대로 정부가 반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촛불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모(29) 씨는 "추가 협상? 바뀐 게 없다.예상대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더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민간 인증? 대통령도 못 믿는데 바다 건너 장사치들을 어떻게 믿나. 말만 바꾸면서 겉으로만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추가 협상을 하러 갈 때부터 재협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못 쓰게 하면서, 보여주기 위한 쇼밖에 안 됐다"며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소리, 재협상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삼건 씨도 "오늘 발표는 너무 웃기는 얘기"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시스템 평가(QSA·Quality System Assessment)는 모든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기본으로 하는 과정"이라며 "국민을 눈속임하는 것뿐인데 너무 우습다"고 말했다.




   
?

  1. 하반기 물가 5.6%까지…MB식 경제 ‘위기’

    경기는 가라앉는데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우리 경제가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3.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에 이를 것으로 29일 예상했다. 기업친화적(비즈니스...
    Read More
  2. 경찰, 27일 서울광장 천막 모두 철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27일 오후 2시께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2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경찰 버스가 빈틈없이 동그랗게 서울광장 주변을 둘러쌌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였다. 18기동대 ...
    Read More
  3. "쇠고기 '추가협상' 한미간 발표 내용 다르다"

    (그림) USTR성명서에는 "이번 합의는 미국 수출업자와 한국 수입업자 사이의 '과도기적 상업적 합의'에 대한 '과도기적 조치'로, 한미 양국 무역대표는 이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discussions)했다"고 돼 있다. 미 쇠고기 수입 관보게재 이전...
    Read More
  4. [21일 촛불현장] '국민토성' 쌓는 시민들…"이건 정당 방어"

    ▲ 모래주머니로 쌓아올린 토성으로 경찰버스에 올라간 시민들의 모습. ⓒ프레시안 "내일 조·중·동 난리 나겠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니 폭력 시위니…웃겨 정말." 촛불을 든 두 여대생이 나눈 짧은 대화에는 냉소와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눈은 그리...
    Read More
  5. 6.15 8돌 기념 민족통일대회 금강산에서 개최

    ▲ 15일 금강산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행사요원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15일 오후 금강산 현대문화회관에서 남.북.해외 대표단 4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15공동선언 발표 8돌 기념 민족통...
    Read More
  6. 고 이병렬씨 장례 민주시민장으로... 서울광장에 분향소

    ▲ 9일 저녁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모셔진 고 이병렬씨 영정. ⓒ 안홍기 이병렬 ▲ 9일 저녁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이병렬씨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 ⓒ ...
    Read More
  7. 정부,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고시 유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고 응답이 올때까지 고시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국민들께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
    Read More
  8. 6.15민족통일대회 어떻게 진행되나

    15-16일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6.15민족통일대회는 15일 오후 3시 금강산 현대문화회관에서 470여명의 남북해외 대표가 모인 가운데 개막식 겸 본대회가 치러진다. 지난 23일 개성 실무접촉을 통해 ‘6.15공동선언발표 8돌 기념 민족통일대회’(약칭 6.15민족통...
    Read More
  9. 대운하 반대 '생명평화순례단' 99일만에 서울 도착

    ▲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입성, 한강을 따라 걷고 있다. ⓒ 남소연 대운하 저지 ▲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
    Read More
  10. 과천시민들 집집마다 "미국 쇠고기 반대" 현수막

    "우리 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현재 경기도 과천 지역에 나붙고 있는 현수막 문구다. 가로 1.2m, 세로 1.7m의 이 소형 현수막이 과천의 가정집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걸리고 있다. '인터넷 민란'이라고 일컫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서명운동...
    Read More
  11. <7일 현장>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촛불

    <사진> 7일 저녁,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밝힌 시민들. [2신:오후 10시] "9일 다시 만나요" 계속 비가 내렸지만 촛불문화제 참가 시민은 꾸준히 늘어 4백여명을 넘어섰다. 비가 내리는 탓에 주최측은 오후 8시 50분경 행사를 마쳤다. 국민대책회...
    Read More
  12. 이주노동자 40% ‘산재 인생’

    절반이 생활비 30만원 ‘최저보다 바닥’ 평균 11시간 중노동 `여전히 고단한 삶’ 경남 창원시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왕차오(28)는 왼쪽 손을 가누지 못한다. 지난 1월 톱밥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왼팔과 가슴 부위까지 나무 파쇄기에 빨려들었다. 갈비뼈가 4개 ...
    Read More
  13. '쇠고기 후폭풍' 확산일로..'MB OUT' 서명 31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1일 30만 명을 넘어섰다. 오후 4시 현재 서명 인원은 32만4434명이다. 불과 하루만에 10만 명 가까운 누리꾼이 서명에 동참한 것. 쇠고...
    Read More
  14. 시민단체 "집단급식소, 미국산 쇠고기 안쓰기 범국민운동 벌일 것""

    ▲ 3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엄마가 뿔났다>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를 촉구하는 엄마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 민동석 협상대표, 광우병 미국소를 밧줄로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광우병쇠고기 ▲ '<엄마가...
    Read More
  15.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천만인 서명운동 24일 돌입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24일 운하에 반대하는 시민들로부터 1000만명 서명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 운하를 백지화하기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4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천만인 서명운동 돌입을 선...
    Read More
  16. 강기갑,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 단식농성 돌입

    정부가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사실상 전면 수입개방을 결정한 가운데,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19일 오후 4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국...
    Read More
  17. 올해 5.1절 남북노동자 공동행사는 없어

    올해는 5.1절을 맞아 남북 노동자들이 모이는 공동행사를 볼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과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으로 구성된 6.15남측위 노동본부는 지난 10일 부터 이틀간 금강산에서 6.15북측위 노동분과위와 가진 실무접촉에서 '남북관계의...
    Read More
  18. 군산미군기지 밖에서 불법소각시설운영

    군산시, 현장 확인 법적 조치 취하겠다 2008년 4월 5일(토요일) 오후 2시경 군산미군기지 철조망 밖에서 불법소각시설을 설치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 됐다. 현재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보면 “누구든지 이 법에 따라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
    Read More
  19. 국보법위반 혐의 김형근 교사 속행공판 열려

    /자료사진/ 2008년 2월 4일 진행된 국가보안법폐지와 김형근 교사 석방 촉구 결의대회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근 교사의 속행공판이 28일 오후 2시 전주지법 3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번 재판은 지난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 측의 공소 ...
    Read More
  20. 제주 4.3항쟁정신계승 노동자대회, 민중대회 열려

    “헐벗은 동포에게 쌀과 옷과 일을 주라” “언론·출판·집회·결사·파업·시위의 자유를 절대 보장하라” “친일파, 민족반역자, 모리배를 이 땅에서 몰아내라” “3. 1 정신으로 완전 통일 독립 전취하자” 인민주권의 평등한 진보적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던 제주도 노...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6 117 118 119 120 Next
/ 1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