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예정됐던 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면죄부'를 주면서 대선정국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뺀 정치세력이 검찰의 수사발표를 규탄하고,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대선은 거리에서 펼쳐지게 됐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면죄부'를 주자 "당연한 일"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강재섭 대표는 "국정파탄세력의 정치공작은 통하지 않았으며 법과 정의의 승리"라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6일 이명박 후보의 대국민성명 발표 등 대세론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한나라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게 사실이지만, 기대하는 것만큼 '대세론'이 확산될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검찰의 '면죄부'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검찰 발표 전인 지난 3일 신당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 눈치를 볼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 가까운 47.2%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은 검찰 발표에 대해 그다지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4일 공개된 김경준씨의 메모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검찰과 한나라당이 짜고쳤다는 비난여론이 오히려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에리카김은 현지시각으로 5일 오전 검찰 발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신당은 BBK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6일부터 시작되는 TV토론회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5대 1로 싸워야 하는 처지다. 대선이 종료할 때까지, 그 뒤에라도 공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제 정치세력이 거리에서 투쟁을 통해 '반이명박' 여론을 확산해간다면 대세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당은 물론이고 이회창 후보측으로서도 '이판사판'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후보를 향한 '불안한 후보' 공세는 계속될 것이고, 한나라당과의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BK와는 다른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복잡한 내용의 BBK의혹보다 이명박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사건이 더 큰 분노를 촉발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후보 지지를 유보하고 있던 부동층도 여론 추이에 따라 갈 길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이명박 후보쪽으로 돌아가겠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사태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승패는 누가 여론을 장악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는 주말께까지 한나라당이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데에 실패한다면 승패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 여부도 변수다. '반 이명박'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후보단일화를 성사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신당측 전망이다. 패배주의를 일소하고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세론'이냐 '반 이명박' 여론을 등에 업은 뒤집기냐. 앞으로 투표까지 남은 13일 동안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