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의 나라, 모두가 공범이다
[기고] 교육혁명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23일 시작된 JTBC의 금토 연속극 'SKY캐슬'이 지난 19일자 제18회 방송에서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인 22.3%(닐슨코리아가 전국 유료방송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기록했다. 제1회 시청률이 1.75%였던 데 비하면 방송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도 놀랄만한 경이적 수치이다.

이 드라마의 무대는 가상의 교육기관인 주남대학교가 정년트랙 교수진과 가족에게 복지 목적으로 제공한 타운하우스촌이다. 그 마을의 호사스런 주택에 사는 자녀들은 서울 강남 8학군 대치동의 자율형사립고를 모델로 한 신아고등학교에 다닌다. ‘SKY’라는 약어는 보통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하늘' 또는 '최고'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SKY캐슬'의 소재를 줄여 말하면, 인간을 파괴하는 사교육 경쟁과 그 희생자가 되는 부모들과 자녀들의 삶이다. 오직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야만 성공과 출세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부모들의 집념은 신앙이 아니라 광적인 미신이나 다름없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과 배경을 설정하고 있는데도 작가의 탁월한 극본과 피디의 연출, 그리고 '입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구성과 사건 전개 때문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자녀를 서울의대에 입학시키려고 입시 전문 코디네이터에게 수십억 원이나 바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부모까지 등장하는 'SKY캐슬'은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일부 기득권층의 무분별한 '자식 사랑'을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평가와 함께 현실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나는 이런 반응이 각기 상당한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가 한국사회의 치명적 병폐인 '서울대 제일주의'를 타파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면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일생이 좌우되다시피 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근래 대학입시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도입된 이래 과거에 영어·국어·수학 중심이던 사교육은 더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특히 자녀가 서울의대를 비롯한 '유망 학과'에 들어가기를 열망하는, 재력과 권력을 가진 부모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은 갈수록 사교육에 더 많은 돈을 걸어야 하게 되었다. 서울대의 일부 대학(의학·경제학·경영학 등 전공)이 무엇이기에 온갖 수단과 재원을 동원해 자녀를 '동물농장' 같은 사교육 전문업소에 보내는 부모의 수가 갈수록 더 늘어나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서울대 출신들이 한국사회의 주요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수학능력시험(수능) 5~6점 차이로 서울대의 '인기학과'에 가지 못하고 전통 깊은 사립대의 같은 계열로 진학한 젊은이 다수가 평생 받아야 할 불이익은 아주 크다. 고위 관직을 비롯한 지배계층의 피라미드 상층부를 서울대 출신들이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현재까지 역대 대법원장 16명의 출신학교를 보기로 하자. 초대 김병로(일본 메이지대), 8대 유태흥(일본 간사이대), 10대 이일규(일본 간사이대), 12대 윤관(연세대)을 빼고는 모두가 서울대(또는 그 전신인 경성전수학교, 경성법학전문, 경성제대)를 나왔다. 역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도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마피아 조직처럼 움직이는 한국 관계(官界)와 재계를 지배하는 세력도 서울대 졸업생들이고 의료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역대 대통령 12명 가운데 단 2명(김영삼, 그리고 실세가 아니던 최규하) 말고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삼조차 '서울대 사람들'이 마피아처럼 자리 잡은 정부조직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 서울대 제일주의가 지배하는 교육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서 사회구성체를 어떻게 혁명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 보자. 한국사회의 교육이 안고 있는 치명적 결함은 '인간'보다 학업성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웃과 어우러져 살면서, 강하고 지능이 더 높은 사람이 약하고 소외된 이를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고 가르치는 스승은 초·중학교에나 있을까? 고등학교에만 가면 대다수 학생이 점수 따는 '기술'을 배우기에 치중해야 한다. '하루 세 시간 자면 좋은 대학 가고 네 시간 자면 낭패한다' 같은 속언이 다른 나라들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몇 해 전 북유럽 4개국을 돌면서 특히 교육 분야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모두 살인적인 입시 교육을 하지 않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교사가 특정 학생의 부모에게 학문적 자질이 모자란다고 조언을 하면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하지 않고 일찌감치 실업계통 학교로 진학시키는 것이 상례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 나라들에서는 의사·변호사와 광산노동자의 임금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마을 이장도 세탁소 주인도 주민들의 인정을 받으면 국회의원으로 뽑힐 수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4~5명이 한 조가 되어 보좌관 한 사람을 공동으로 고용한다. 의사당 앞 주차장에는 의원 전용차는 거의 없고 자전거들이 넓은 마당을 메우고 있다. 

덴마크에 오래 살다가 귀국한 중년 여성(김영희)이 2009년 <프레시안>에 '한국에서 살아보니'라는 글을 연재한 바 있다. 거기에는 한국의 교육혁명이 지침으로 삼아야 마땅한 인상적 대목이 나온다. 

"덴마크의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아이마다 능력이 다르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공부 못하는 아이는 공부를 못한다기보다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특별히 칭찬하는 일도 없고, 못하는 아이라고 무시하는 일도 없다. 공부라는 한 가지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8학년까지는 시험도 없다. 평가라고 하면 담임선생님이 아이에 대해서 다각도로 세밀하게 관찰한 것을 수치가 아니라 말로 기록한 것이 평가다. 우열이 아니라 다름이 있을 뿐이라는 이 생각의 근본은 인간에 대한 평등 정신이다. 북유럽 특유의 복지제도는 바로 이 평등 정신의 소산이다." 

한국사회에 'SKY캐슬'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역대 대통령 전원, 이른바 '명문학교 증후군'을 악화시켜온 교육 관료와 교육 현장 종사자들뿐 아니라 거기에 덩달아 춤을 춘 학부모들, 그리고 교육을 상품화한 기업인들, 인성을 희생시키는 사교육을 통해 부를 쌓아올린 사람들이 '공범'이다. 여기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금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세대가 '명문대 나오지 못하면 하등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각자의 품성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을 수렁에서 구해낼 길을 찾을 수가 없다. 2016년 가을에 시작된 촛불혁명의 목표는 단순히 '박근혜 탄핵'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공동체 건설이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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