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직운영과 대의원의 역할

by 관리자 posted Aug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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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조합 조직운영과 대의원의 역할 >


   □ 교안출처 :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 강사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금수 소장


● 이 교안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 원칙 속에서 조합원의 요구를 집약하고 현장조직화에 앞
장서야 하 는 대의원들의 현장에서의 역할을 정리하였다.


노동조합의 조직운영과 활동에서 대의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의 운영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이것은 더 한층 명백해집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조직운영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ㄱ. 요구가 바로 힘이다.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요구 해결을 중시해야 한다.ㄴ. 조합원 전체
가 참여하는 조합활동을 해야 한다.ㄷ. 현장이 노조운동의 최일선이다.현장활동을 집중적으
로 벌여야 한다.ㄹ. 노조조직간의 연대가 항시 중요하다.ㅁ. 노조운영은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조합 운영의 원칙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알고 있다해도 실제로 현장에 적용시켜 보면 잘 되지 않습니다. 왜 안되는가 ?


1. 조합원들의 요구를 집약하는 것.
올 상반기의 임금인상 투쟁시에 준비가 활발하게 진행된 노동조합에서는 요구라는 말이 자
주 나왔을 것입니다. 작년 임금인상 투쟁 때보다도 올해는 요구가 더 높았습니다. 1인 1요
구, 1부서 1요구 등 요구를 집약하는 활동도 예년에 비해서는 좀 더 철저히 되었습니다. 그
래서 우리는 노동조합운동에서는 요구를 중시하자, 요구가 없으면 굳이 노조를 조직할 필요
가 없다고 합니다. 크든 작든 요구가 있기 때문에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요구
는 불만, 불평에서 나옵니다.
모든 사람은 불평,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불평, 불만을 해결하는 과정이 있는 것입니
다. 불만이 없으면 투쟁을 왜 합니까 ? 그런 투쟁 자체가 일시적으로는 별볼일 없는 것 같
고 임금 몇 푼 올리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 같지만, 장기적인 역사발전 과정을 보면 피압박
민중들의 투쟁은 역사를 추진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불만, 불평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문제지 불만, 불평 자체가 범죄시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만, 불평들이 모여서 요구가 됩니다. 요구가 있으니까 조직을 하게 되고 그 조직을
가지고 투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집약하는가가 문
제입니다.
요구는 수없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요구에서 부터 부서별 요구, 공장별 요구, 나아가서는 전국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요구가 있을 겁니다. 요구가 단결의 기초이고, 투쟁의 힘이라고 한다면 이 요구를 어떻게 모
으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흩어져 있는 불만이나 불평은 단순히 불만, 불평으로 그치고
맙니다. 투쟁력이 될 수 없습니다. 요구로 모으고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때 힘이
됩니다. 그러면 요구를 집약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설문조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문조사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조합원들의 불만이 무엇이고 요구가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 굳이 파악할 필요가 있
느냐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서도 많고 지역도 흩어져 있는 경우에 실제
조사를 해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이 보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이 1인 1요구안입니다. 이러한 설문조사나 1인 1요구안이 결과가 뻔하다 하더라
도 조합원들이 볼 때는 "아! 집행부에서 조합원들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조사활동
을 하는구나"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1인 1요구안 운동은 단협투쟁 때나 임금인상 투쟁 때만 합니다. 항시적인 것
이 못됩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요구는 항시적입니다. 그러면 항시적으로 있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투쟁역량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우선 상집은 상집대로,그리고 대
의원들은 대의원들대로 조합원들과 직접 마주쳐야 합니다. 그것이 1주일에 1번이면 더 좋지
만 정 안되면 2주일에 1번, 1달에 1번이라도 정기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만나야 합니다. 여기
서 대의원의 역할이 나옵니다. 대의원이 25 명당 1명이든 30명당 1명이든 자기를 포함하여
부서별로 1달에 1번이라도 모여서 조합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들어봐야 합니다.
그런데 부서별로 또는 라인별로 토의 또는 모임 등이 상시화되지 않으니까 노동조합에 구멍
이 생깁니다. 구멍이 생기니까 자본이나 사용자 쪽의 장난이 통합니다. 그리고 분열책동이
생깁니다. 반대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단결 이상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서로 정반대의 입장
입니다. 그런데 단결력을 높이려면 요구를 모아야 합니다. 요구를 모으는 방식은 공청회나
설문지, 1인 1요구도 있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대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상집이 시키든
안 시키든 1달에 1번(목표는 1주일에 1번)씩 조합원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 개인
별로 술집에 가서 불만불평을 털어 놓을 것이 아니라 부서별로 같이 모여서 터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1번에 단 몇분이라도 요구를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안되
니까 현장이 허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현재 20-30명당 대의원이 1명이라고 했을 때 20-30명이 한꺼번에 모여 가지고
이야기가 잘 되겠는가? 잘 안될 수도 있죠. 그래서 소위원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설사 소위
원이 없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조합원들을 열성조합원 중심으로 반으로 나누거
나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니면 20-30명 전체가 한꺼번에 모일 수도 있습니다. 바
로 이런 과정 즉, 요구를 모으는 것이 대의원들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조에 가보면 대의원들의 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정기대의원 대회나 임
시대의원대회에 가서 예산과 결산의 심의, 사업보고와 사업계획의 심의, 경우에 따라서는 임
원 선출등을 해버리면 끝납니다. 대의원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부서별 활동을 추진하지 못
하니까 상집의 활동으로는 단결력이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우조선 같은 경우에는 협약사항으로 소위원의 활동조항이 있습니다. 교섭이 있게 되면 교
섭이 진행되는 상황을 소위원들이 일과시간에 조합원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서 올라 온 요구를 다시 집약합니다. 소위원이 있으니까 그것이 불과 이틀 밖에 안 걸립니
다.
대우조선에서는 소위원의 활동을 임투 때나 단협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시로 할 수 있도
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 동안에 분열되어 있던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입
니다. 이런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요구를 항시 집약할 수 있는 것이죠.
노조운영에서는 요구가 곧 힘입니다. 그러니 그 요구를 집약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구의 집
약은 공청회나 설문지 조사나 1인 1요구도 중요하지만 집약과정을 상시화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조합활동의 지도

다음에 노동조합은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조합활동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
을 보면 조합원들이 자기들이 뽑은 대의원들에게 기대를 합니다. 모임이나 교육을 하고 나
면 조합원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는 등의 질문을 합니다. 그것은 대의원들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것이고,"당신을 뽑았으니까 잘해줘야 한다","우리 의사를 지부에 또는 본조
에 까지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한 것입니다. 대의원들은 상집에게, 상집
은 임원에게 라는 식으로 요구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상집은 열심히 하는데 대의원들은 집
행부 견제만 하려고 한다든지 "우리가 뭐 상집 아랫사람이냐 ?"라고 생각하면서 활동을 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조합활동이란 말 뿐이고, 실제
로는 고리들이 하나하나 끊어져 있는 형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용자 쪽에서 보면
분열공작이 들어갈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유언비어 몇 마디로 조직이 흔들 흔들합니다.
따라서 전체 조합원이 어떻게 한 덩어리가 되느냐가 문제입니다.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조합활동이라 하면,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합
니다. 우선 우리가 알기 쉽게 위원장을 머리부분, 상집들을 심장부에 견주어 본다면 대의원
들은 척추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머리라고 하는 것은 상황을 잘 파악을 하고 사용자와 이
쪽 노동조합 간의 힘의 균형이 어떤 것인지 잘 판단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하는 역할을 뜻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타수 또는 향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집은 심장부입니다.
상집이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그냥 조합원처럼 무책임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또 운동에 대
한 신념도 있어야 하고 실무에도 밝아야 하고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심장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장은 튼튼해야 합니다. 그러면 머리만 잘 돌아가고 심장만 튼튼하다고
해서 잘 움직이겠습니까 ? 척추가 튼튼해야 합니다. 머리가 아무리 좋고 심장이 튼튼하다고
해도 척추가 마비되어 버리면 얼마 못가서 머리는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고, 심장 또한 옳
게 가동이 안될 것입니다.
어떤 조합에 나가보면 모든 대의원들이 상집의 분과위원회에 다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위원회에 들어 가든, 선전위원회에 들어 가든,문화분과위원회에 들어가든 하는 것이죠.
어떤 조합에서는 상집은 상집 대로, 대의원은 대의원 대로, 조합원들은 조합원들 대로 1주일
에 한번씩 회의를 갖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조합원의 의사가 대의원을 통해서 하나로 묶여집
니다. 또 집행부에?? 하는 일이 금방 조합원들에게 전달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언론사들에서는 노동조합이 87년 이후에 생겨나기 시작했습
니다. 처음에 만들어진 노동조합들이 규약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면 운영위원회와 총회만
두고 대의원을 두지 않았습니다. 대의원을 두는 것은 비민주적이라 생각했던 거죠. 처음에
만들어진 노조들이 이런 규약을 만드니까 이후 다른 언론사노조에서도 따라 그런 규약을 만
들었습니다. 신문사는 직종이 많습니다. 기자만 있는게 아니라, 공무국, 수송부, 발송부 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기자들은 거의 밖에서 활동합니다. 내근 기자는 얼마 없습니다. 이런 상
황에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어떻게 모을 수 있습니까 ?
그래서 최근에는 상집이나 임원의 역할 보다도 대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시되는 것입니다.
임원이나 상집은 그래도 자기 맡은 역할이 있으니까 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그
렇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기아자동차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엔진조
립부에서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한 조합원이 시계
로 재어 보았더니 2초 정도 빨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약 70명 정도 되는 사람이 공구를 집
어던지고 공장장과 전무를 만나서 항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장장이 시말서를 쓰
고 작업속도를 원래 대로 하되 4명을 더 보충해 주겠다고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런 사건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이 "아,우리 문제는 우리가, 우리 부서에서 생긴 문제는 우리
부서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런 조합원들의 주체적인 의식
을 촉발시키는 데 앞장서는 대의원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투쟁은 임투나 단협투쟁
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에서도 잘 찾아보면 조합원 스스로가 투쟁의 주체
로 나설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조합활
동, 즉 임원은 임원대로, 상집은 상집대로, 대의원은 대의원대로 움직여서 조합원들을 조합
활동에 조직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투쟁에도 주체로 나설 수 있게끔 하는 조합활동을 전개해
야 합니다.


3 현장조직화에 앞장서는 것
그 다음의 원칙은 현장이 운동의 최일선이라는 것입니다. 착취를 당하더라도 현장에서 당하
고 산재을 당하더라도 바로 현장에서 당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조합원들입니다. 그런데 조
합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면 조합원의 의식화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투쟁하기 전의 조합원
과 투쟁한 후의 조합원은 눈동자가 다릅니다. 꼭 공부만 한다고 해서 또는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의식화가 되는건 아닙니다.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이는 것은 조합활동을 통해, 집단적인
조합활동을 통해 가능합니다. 개개인이 공부를 통해 의식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합원이 일하고 있는 노동현장이 바로 노동운동의 최일
선입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대로 공청회, 그리고 현장조직이 중요한 것입니다. 요즘 상
황이 어려워질수록 현장조직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가고 있습니다. 현장조직 또는 직장
조직 또는 소모임 또는 부서별 모임의 필요성들이 민주노조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이야기입
니다. 어떻게하면 조합원들을 묶어 세우는가 하는 고민에서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이죠.
현재 서울지역, 특히 구로공단 노조들의 올해 특징은 현장에서 부서별 토의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왜 부서별 토의가 필요한가? 그것이 아니고서는 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장조직은 어떻게 꾸려야 하는가? 구성은 10명 내외가 좋습니다. 꼭 10명이라고
못 박을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 되어야 이야기를 풍부히 할 수 있고, 말하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의원이
20-25명당 1명이면 거기에서 둘로 나누어 10명 정도가 모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좋습
니다. 그런데 총회나 공청회는 항시적인 것이 못됩니다. 또 이빨 센 사람은 이야기를 잘하는
데 이야기를 안하는 사람은 계속 안합니다. 그래서 책임있는 토론도 안되고 지속성도 없습
니다. 그러다 보면 조합원들이 참여하려고 해도 실제로 참여할 통로가 없습니다.
그 다음에 어떤 조직에 가 보면 파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념을 달리해서 갈라진 것이 아닙
니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등의 향우회로 갈라지기도 하고, 자가용파와 비자가용파와
같은 아주 우스운 형태로 나누어지기도 하며, 나아가 조합활동에서의 문화패, 등산반 등과
같은 취미써클 별로 나누어지기도 합니다. 조합활동은 간 곳이 없고 등산반 모여라, 문화반
모여라 하는 식이죠.이 처럼 조합원들이 갈라져서 노동조합이 가동되지 않으면, 부차적인 조
직이 판을 칩니다. 이런 걸 없애자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고향끼리, 또는 취미가 같으면 모
여야지요. 그러나 이러한 것은 보조적인 모임이고 현장조직이 중심이 되야지요. 이게 없으니
까 보조적인 모임이 오히려 중심이 되고 분열이 조장되지요. 그러니 나중에 보면 우리가 하
나로 가야겠다는 명분은 간 곳이 없고 "나는 잘했는데 너는 뭐했냐"하는 식이 되어 버리지
요. 어떻든 이러한 것은 현장조직이 튼튼하지 못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적인 노동조합이란 곳에도 가보면 상집이 비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현장
조직을 통해서 활동가, 운동가, 간부층이 양성이 안되니까 상집 몇사람이 하다가 몇 명이 빠
지면 더 이상 올라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장조직을 통해서 대의원들이나 소위원들
이나 열성적인 조합원들이 양성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단결도 강해지고 힘있는 노동조
합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에는 간부는 많이 있지만, 운동가, 활동가는 거의 없
습니다. 조직이 산별체계로 되어있고 전국체계로 되어 있는 곳에서는 실제로 노동운동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숨어서 철학, 정치, 경제학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빨은 잘 까는데 조합활
동할 때는 뒤로 쏙 빠지고 지도하려고 그래요. 이렇게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조직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끼리 모여서 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공식활동
이 경시되어 버리고 끼리 끼리 모여서 공론만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조직을 통해
서 간부가 양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우리 소모임하자하면 "소모임은 무슨 말라 비틀어진 소모임이냐?"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노
동조합, 노동운동 하면 잘 안 모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동
생이 집을 나갔거나 부모가 아프다거나 하는 것들을 숨기고 있습니다. 우선 개인의 어려운
상황을 털어 놓고 얘기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뭔가 부서 구성원
들끼리의 끈끈한 인간적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4. 노동조합 간 연대활동의 견인차

다음에는 노동조합 조직 간의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90년 초 연대를 위한 대기업연대회의가 경주에서 80여명 참석 하에 열렸습니다. 자본가, 정
부는 "태풍의 눈"이라 하여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대전의 유령회의와 노조 홍
보부장 모임의 원천봉쇄, 나아가 2월 10일 수련회에 참가한 간부 전원에 대한 연행과 7명에
대한 구속이었습니다. 혐의는 대우조선 파업을 지원했다는 것이었죠. 이처럼 사용자와 정부
는 연대를 싫어합니다. 그 만큼 노동조합에게 연대는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숫자는 8천여개이고 ,조합원 수는 2백만 정도입니다. 그러면 한 조합당 평균 조합원이 240명
이고, 조합비는 100만원 정도입니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노동조합 전임자가 약 8천 명인데
한 조합당 1명 꼴이 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평균치입니다. 전경 2-3개 중대
투입하고 간부 몇 명 구속하면 굉장히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간의 연대
와 통일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노조의 전선을 형성하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인천의 경우 90년 초
임투에서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인노협, 노활추, 대기업연대모임 등을 합쳐 전체 90여 군데
의 노동조합이 모이니까 90년 임투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었었습니다.
그런데 기업별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곳은 한국, 일본 등 몇 나라 밖에 안됩니다. 다른 나
라는 전국적 산별 단위노조가 있습니다. 연맹도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힘이 큽니다. 우리
나라 노동조합은 기업별 노조이기 때문에 조합간부와 조합원이 "우리만 잘 되면 되지"하는
생각을 갖기 쉽고 시야가 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간 연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법 개정, 주택문제, 노동탄압 저지, 사회의 민주화 문제 등은 아무리 큰 노동조
합이라 하더라도 한 조합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연대는 기업단위노조의 한계
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조합원의 편협한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정치. 정책
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연대는 필요한 것입니다. 기업주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대기업은 전경련으로, 무역업자들은 무역협회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협동조합으로 묶여 있
습니다. 상공업자 모두를 묶은 게 상공회의소이고, 노동문제만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경총이
며, 이 모든 것을 합친게 경단협입니다. 경단협은 '무노동무임금','인사경영권' 등을 계속 표
명해 왔습니다. 사용자들은 이렇게 뭉쳐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조합간부들 중에는 "우리 조합만 잘하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연대에 부
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간부들만 생각해서 되
는 것은 아닙니다. 조합원들을 설득하여 연대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의 역할
이 큽니다. 위원장이나 부서부장이 얘기하는 것보다 대의원이 설득하는 것이 훨씬 위력적입
니다.


5 조합민주주의의 실제적인 실현자

다음에 조합 민주주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주노조라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입니까? 전노협에 가입하면, 아니면 파업을 하면 ,아니면
연대회의에 가입하면 민주노조입니까 ?
선거제도가 직선제로 되어 있다고 다 민주는 아닙니다. 상집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고 해서,회의가 잘 되고 있다고 해서 민주는 아닙니다. 민주노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원, 현장모임이 어느 정도로 준비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각 부서별 활동
이 집중적으로 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서의 주체성, 자치성이 보장되면서도
임원 주위에 제대로 묶여져 있는가, 어떤가 하는 것이 중요한 민주의 기준입니다. 그 다음에
조합원의 의식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상활동(조직,교육,문화 등)을 충실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해야 하며 또 이길 수 있는 투쟁
을 잘 조직해야 합니다. 여기서 자칫하면 작은 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나타납니다. 가령 점심
시간 식사메뉴나 휴지, 통풍장치, 관리자들의 말씨 등을 경시하면 안됩니다. 큰 것은 힘이
없어 못하고 작은 것은 시시해서 못하면 안됩니다. 할 수 있는 것, 작은 것이라도 조합원들
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평소에 조직해야 큰 투쟁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됩니다.
예를들면 여자 탈의실에 합판이 떨어져 있는데 바꾸어 달라고 했을 때 회사측에서 여자끼리
보면 어떠냐 하고 반응하면, 그것은 조합원들에 대한 심각한 인격 침해인 것입니다. 그러한
투쟁에 조합원들을 불러 일으켜 승리해야 합니다. 이처럼 조합원의 요구에 의해 쉽게 이길
수 있는 투쟁대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대의원의 역할입니다. 그런 가운데 현장조
직을 서서히 만들고 교육도 일상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요건들이 갖추어져야 민주노조라 할 수 있습니다. 교육기회 한 번 만든다고 조합원의
의식이 크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의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의원의 역할이 살아 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
로 삼아 대의원들이 앞장서서 하나 하나를 다져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전체 노동운동에도
기여하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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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김형모] 국민연금, 1000원 더 내고 50만 원 받을 수 있다 노을 2018.09.13 5524
326 [김윤나영] 사교육이 가정경제 파탄낸다 쇳물 2012.08.28 5490
325 이승만, 미군정 특혜로 정치자금 1천만원 독식하다 바위처럼 2019.05.12 5397
324 [김동규] 노동절, 우리가 빼앗긴 이름 무지개 2019.05.03 5387
323 [박은수] 새만금사업 28년, 갯벌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노돗돌 2019.07.11 5385
322 [오민규] 광주형 일자리, 결국 KDB자동차? 금강하구 2018.11.27 5367
321 [프레시안] 이란의 핵협정 반격, 중동전쟁 전운 감돈다 누렁이 2019.05.10 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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